NC에선 양의지, 삼성에선 강민호에게 밀렸던 만년 조연
KS 4차전서 한풀이 만루포…한 표 차로 KS MVP 놓쳐
KIA 타이거즈의 안방마님 김태군(34)은 지난해까지 '만년 백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는 2018년까지 NC 다이노스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지만,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사이 NC가 양의지(현 두산 베어스)를 영입하면서 그의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주전에서 백업으로 내려간 김태군은 NC에서 더는 빛을 보지 못했고, 2021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삼성에서도 김태군은 조연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전 포수 강민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트레이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김태군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지난해엔 급성 간염으로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다.
당시 김태군은 "의료진이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된다고 야구 시청 금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힘든 나날을 보내던 김태군은 지난해 7월 내야수 류지혁과 맞트레이드로 KIA로 이적했고, 호랑이 군단에서 드디어 꽃을 피웠다.
올 시즌 정규리그 105경기에 출전한 김태군은 안정적인 마운드 운용과 기대 이상의 타격 성적을 거두며 팀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타석에선 타율 0.264, 7홈런, 34타점을 올리며 활약했고, 포수로선 팀 평균자책점 1위(4.40)에 큰 몫을 했다.
김태군은 KS에서 더욱 빛났다.
그는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S 4차전 3-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 삼성 송은범의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왼쪽 담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작렬했다.
김태군이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친 건 통산 처음이었고, 만루 홈런을 터뜨린 건 정규시즌을 포함해서도 최초였다.
김태군은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S 5차전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 포수'가 됐다.
7-5로 앞선 9회초 2사에서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던진 마지막 공을 받은 뒤 마운드로 뛰어 올라가 감격의 순간을 만끽했다.
꿈에 그리던 '우승 포수'가 된 순간이었다.
그는 2020년 NC의 일원으로 통합우승을 경험했지만, 당시엔 양의지에게 밀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김태군은 당당히 호랑이 군단의 중심에 섰다.
김태군은 KS 최우수선수상(MVP) 투표에서 99표 중 45표를 얻었다.
김선빈(46표)에게 한 표 차이로 밀려 MVP 트로피를 들지 못했지만, 김태군은 아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 김태군과 일문일답 ]
- 1표 차로 시리즈 MVP를 놓쳤는데
그 한 명이 누군지 알고 싶다. 다른 선수가 받아도 인정했지만 89년생 친구가 받아서 박수 보내고 싶다.
- 이범호 감독에게 팀 MVP는 없냐고 물어봤다던데
하나라도 건져야 할 것 같았다. 감독님이 조용히 하라고 하셨다. 저는 기대된다.
- 시즌 초부터 우승 후보라는 부담 없었나?
부담이라는 건 성적이 안 났을 때가 부담이다. 시작 전부터 상대편이 그렇다는 건 저희 위치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미있게 하는 게 좋은 시즌을 보낸 것 같다.
- 2020년 NC 소속으로 통합 우승을 달성했지만 KS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저는 군대 갔다 오니 찬밥 신세가 되어 있었다. 코로나 시즌이기도 했고 모든 상황이 저에게는 정말 재미없었다.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고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정말 재미없는 시즌이었다. 올해는 제가 큰 계약도 했고 책임감과 부담감이 같이 있었다. 좋은 시즌을 보내고 우승이란 타이틀을 받아서 저의 인식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 정규시즌 선발진이 붕괴된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무너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무너진 것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간다고 생각했다. 황동하도 있었고 김도현도 있었기 때문에 6~7월을 잘 버틸 수 있었다.
- 내년 선발진에 기대되는 선수는?
황동하도 중간에 잘해줬고 김도현도 잘해줬다. 내년 그림을 그릴 때 먼저 우선권이 가지 않을까.
- 장기 집권 가능성과 과제는?
장기 집권 당연히 할 수 있다. 조건이 있다. 선수들이 의식을 바꿔야 한다. 우승했다고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연습을 해야하는지 의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장기 집권할 수 있다.
- 선수들이 아쉬운 모습을 보였나?
그랬다. 제 눈만 이상한 건 아니고 웬만하면 다 보일 것이다.
- 친정팀 삼성과 경기를 했는데 어땠나?
삼성이란 팀에 트레이드되어서, 야구가 재미없었는데 그것을 발판 삼아서 너무나 재미있게 야구했다. 그 계기가 제가 KIA에서 행복하게 야구할 수 있는 발판이었다. 가을야구 준비하면서 저는 삼성이 올라오라는 바람이 있었다. 제가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팀과 붙어서 우승 포수 타이틀을 달면 제가 조금 더 큰 선수로, 발전한다는 생각을 했다. 꼭 삼성이랑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루홈런치고 구자욱이 적당히 하라고 그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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