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최종 소식
( 우승 최민철 )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 골프 선수권대회 최종순위
순위 | 선 수 | 언더파 | 타 수 |
1 | 최민철 | -12 | 272(69 70 64 69) |
2 | 박상현 | -10 | 274(68 69 71 66) |
3 | 문경준 김경태 | -6 | 278(69 70 73 66) (68 73 69 68) |
5 | 한창원 존 캐틀린 케빈 나 엄재웅 최호성 | -5 | 279(72 65 73 69) (69 69 71 70) (67 72 70 70) (70 71 67 71) (67 66 72 74) |
10 | 김준성 이상희 | -4 | 280(68 76 68 68) (72 70 68 70) |
한국프로골프(KGT) 코리안투어 '언더독' 최민철(30)이 한국 최고 권위의 한국오픈을 제패해 7년 무명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민철은 24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 골프 선수권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박상현(35)을 2타차로 따돌린 최민철은 생애 첫 우승을 특급 대회에서 거머쥐며 이름 석 자를 한국 골프 역사에 새겼다.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은 최민철은 상금랭킹 3위(3억2천381만원)로 뛰어올라 생애 최고의 시즌을 활짝 열었다.
특히 최민철은 이 대회 1, 2위에 주는 이번 시즌 디오픈 출전권까지 손에 넣어 골프 인생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11년 코리안투어에서 데뷔한 최민철은 지난해까지는 철저한 무명 신세였다. 시드 순번이 낮아 대회 때마다 대기 선수로 출전하는 등 7년 동안 54개 대회밖에 뛰지 못했다. 틈틈이 출전한 2, 3부투어 대회가 48개였을 만큼 최민철의 골프 인생은 풀리지 않았다. 7년 동안 번 상금이 이번 대회 우승 상금과 맞먹는 3억원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레슨을 병행하며 어렵게 투어 선수 생명을 이어가던 그는 지난해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자신감을 얻었고 무엇보다 2억 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들여 레슨을 줄이고 투어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그렇지만 올해도 최민철의 고난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8개 대회에서 3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겪으며 상금랭킹 68위(2천381만원)에 그쳤다. 하지만 최민철에게 한국오픈은 '약속의 땅'이었다. 지난해 예선을 치러 출전한 한국오픈에서 사흘 내내 선두권을 달린 끝에 6위를 차지했던 좋은 기억이 또렷한 최민철은 두번째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라운드에서 7타를 줄여 2타차 선두에 오른 최민철은 박상현과 최호성(45)의 거센 추격에도 흔들림없이 버텨냈다. 잠시 최호성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6번홀(파4) 버디로 다시 단독 선두를 되찾은 최민철은 10번(파4), 11번홀(파4) 연속 버디로 4타차 선두로 달아났다.
11번홀에서는 두번째샷이 두텁게 맞아 물에 빠지는 듯 했지만 그린 앞 둔덕에 떨어져 홀 5m 거리 그린에 안착하는 행운도 누렸다. 16번홀(파3)에서 3퍼트로 1타를 잃어 박상현에게 2타차로 쫓긴 데 이어 18번홀(파5)을 버디로 마친 박상현에게 1타차까지 추격당한 최민철은 18번홀(파5)에서 1m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우승을 확정했다.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에 도전한 박상현은 5타를 줄이는 맹추격을 벌였지만 2타가 모자라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박상현은 준우승 상금 1억2천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 5억원을 맨 먼저 돌파하며 상금랭킹 1위(5억4천880만 원)를 굳게 지켰다. 맹동섭(31)에 밀렸던 대상 포인트에서도 박상현은 1위로 올라섰다. 또 2위에게도 주는 디오픈 출전권도 챙겨 우승 못지않은 푸짐한 성과를 거뒀다.
5언더파 66타를 친 문경준(36)과 3타를 줄인 김경태(32)가 공동3위(6언더파 278타)를 차지했다. '낚시꾼 스윙'으로 대회 기간 내내 인기몰이를 했던 베테랑 최호성(45)은 3타를 잃어 공동5위(5언더파 279타)에 그쳤다.
[ 최호성 프로 활약상 ]
코오롱 제61회 한국오픈 골프 선수권대회에서 45살 베테랑 최호성이 벼락스타로 떠올랐다. 2라운드에서 선두로 나선 최호성은 3, 4라운드에서도 우승 경쟁을 벌인 끝에 공동5위를 차지했다. 예선을 거쳐 출전해 대회 사상 첫 예선 통과자 우승이라는 진기록에 도전했던 최호성은 우승은 놓쳤지만 독특한 스윙으로 대회 내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 언론이 '낚시꾼 스윙'이라고 했다는 최호성의 스윙은 멋진 프로 선수의 스윙과는 거리가 멀다. 공을 치고 난 뒤 잡고 있는 클럽은 마치 월척을 낚은 낚시꾼이 낚시 채를 낚아채는 동작과 닮았다. 균형을 잃고 거의 쓰러질 듯한 피니시는 '무슨 실수를 한 게 아닐까'라는 걱정을 살 정도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위크는 최호성의 스윙 영상과 이력, 그리고 팬들의 반응 등을 소개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낚시꾼 스윙은 세계랭킹 1위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한번 따라 해봐야겠다'고 트위터에 남겨 큰 화제가 됐다.
최호성의 스윙을 소개한 기사에는 '아마추어에겐 희망을, 프로에겐 절망을 주는 스윙'이라는 재치 넘치는 댓글이 달렸다. 최호성은 "젊었을 때는 멋지고 예쁜 스윙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비거리를 유지하려고 고안한 스윙"이라면서 "임팩트 순간에 최대한 힘을 싣는 데 주력하다 보니 동작이 좀 우스꽝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최호성은 스윙만 독특한 게 아니다. 버디 퍼트를 비롯해 중요한 퍼트가 들어가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허공에 어퍼컷을 날린다. 퍼트가 살짝 빗나가면 거의 그린 위에서 데굴데굴 구를 듯한 과장한 동작을 취한다. 샷을 때린 뒤 공의 궤적을 쫓을 때도 몸동작이 유난히 크다. 이런 최호성의 리액션에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최호성 때문에 골프 중계방송을 끝까지 보게 된다'는 팬이 많아졌다. 최호성은 "나도 모르게 나오는 동작"이라면서도 "보시는 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호응을 해주시니 기분이 좋다"며 은근히 즐기는 표정이다. 최호성은 스윙 못지 않게 골프 인생도 독특하다. 그는 오른손 엄지가 절단된 '장애인'이다. 18살 때이던 포항 수산고 3학년 때 참치 해체 공장에 실습을 나갔다가 오른손 엄지 첫 마디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복부에서 떼어낸 살을 이식해 손가락 모양은 되찾았지만 뼈와 신경이 없어 손가락 기능은 제대로 할 수 없다. 최호성은 "정통 그립은 잡지 못한다.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 안 겪어본 사람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2008년 투어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을 때도 장애를 극복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다. 최호성은 '잡초 인생'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는 이렇다 할 직업을 찾지 못했다. 건설현장 인부, 배달 등 일용직을 전전하던 그는 26살 때 골프장 허드렛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골프장에서 잡일을 하던 그는 우연히 휘둘러본 골프 클럽에 끌렸고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마침내 투어 프로가 됐다.
그는 "워낙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골프라서 골프 경력이 이제야 겨우 20년"이라면서 "그래서인지 아직도 현역으로 뛸 힘이 충분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호성 골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장인어른 캐디'다. 그의 백을 메고 따라 다니는 황용훈(64) 씨는 최호성의 장인이다. 처음에는 딸과 결혼을 반대했던 황 씨는 사위의 손발을 마다치 않는 든든한 받침목이 됐다. 고향이 평안북도인 황 씨는 2007년 당시 금강산에 열린 대회를 앞두고 "이 참에 북한에 한번 다녀오시자"는 사위의 제안에 캐디로 나섰다가 내내 사위의 백을 메게 됐다. 최호성은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는 전문 캐디를 쓰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때는 어김없이 황씨와 호흡을 맞춘다. 사위와 장인이라는 특이한 조합이지만 황씨는 코스에서 걸을 때면 사위의 머리 위에 양산을 씌워주고 사위가 건네준 볼과 클럽을 열심히 닦는 등 캐디의 직분에 소홀함이 없다.
황 씨도 빨간 반바지 차림에 사위의 샷과 퍼트 하나하나에 커다란 몸 동작으로 사위 못지 않은 '예능감각'을 선보였다. 최호성은 "장인어른이 백을 메면 마음이 편하다.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최민철 프로 우승 소감 ]
"무엇보다 긴장 속에서도 내 샷을 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내 장점. 그걸 잃지 않았던 게 이번 우승으로 이끌었다. 기술적으로는 퍼트가 가장 문제. 이번 대회에서는 샷뿐 아니라 퍼트가 잘 풀렸던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했다. 동반 플레이어에 신경 쓰지 않고 내 경기에 집중했다. 작년에 좋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코스가 나한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승 물꼬를 텄으니 몸 관리를 잘해서 더 많은 우승하고 싶다. 올해 목표가 3승인데 다 채우면 개인 타이틀도 하나쯤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기세를 몰아서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 (세계적 스타라도) 다 똑같은 사람 아니냐"
"박소연이 늘 '코치님이 먼저 우승해야 나도 우승하지 않겠냐'고 말하곤 했다. 이제 그 친구가 우승하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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