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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천 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 소식
( 한국전력 3 : 2 대한항공 )
팀 체질을 완전히 바꾼 한국전력이 '약체' 이미지를 깨고 프로배구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전력은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5-18 19-25 25-20 23-25 20-18)로 꺾었다.
지난해 컵대회에서 3패로 예선 탈락하고, 2019-2020시즌 V리그 정규리그에서도 최하위에 그쳤던 한국전력은 이번 대회에서 반란을 일으키며 우승컵까지 손에 넣었다.
2016, 2017년 두 차례 컵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전력은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서며 구단 역사상 3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한국전력은 상금 5천만원도 받았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전력은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라이트 박철우를 영입해 공격력을 강화했고, 레프트 이시몬과 계약하며 수비 안정을 꾀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미국 대표팀 출신 카일 러셀을 지명했다. 그리고 러셀에게 서브 리시브 부담이 있는 레프트를 맡겼다.
지난 시즌 가반 슈미트의 통역으로 일했던 안요한은 6년 만에 선수로 복귀해 센터를 맡았다. 부임 첫해 컵대회와 V리그에서 좌절을 맛본 장병철 감독은 2년 차 장신 세터 김명관을 주전 세터로 지목하며 달라진 한국전력의 엔진으로 장착했다. 이들은 컵대회 결승에서도 맹활약했다.
러셀(27점)과 박철우(24점)는 쌍포로 측면 공격을 책임졌고, 이시몬은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상대의 '서브 폭탄'을 견디며 주포 역할까지 한 러셀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상금은 300만원이다.
안요한은 속공 성공률 100%를 찍었고, 김명관은 블로킹 득점을 5개나 했다. 김명관은 대회 라이징스타상(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새롭게 무장한 한국전력의 위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한국전력은 1세트에서 러셀의 화력과 블로킹에서의 우세(3-0)를 앞세워 손쉽게 승리했다.
대한항공은 제천 출신 토종 라이트 임동혁을 내세워 반격했고, 2세트를 챙겼다. 승부처는 3세트였다.
베테랑 라이트 박철우가 드라마를 썼다.
박철우는 5-6에서 서브 범실을 하고, 이후 후위 공격을 시도하다 정지석에게 블로킹 당했다.
장병철 감독은 박철우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잠시 숨을 고른 박철우는 18-20으로 밀린 상황에서 다시 코트를 밟았다. 곧바로 오픈 공격을 성공한 박철우는 긴 랠리 끝에 상대 블로커 손을 보고 노련하게 터치 아웃으로 득점했다.
이어 러셀의 서브가 정지석의 손을 맞고 그대로 넘어오자 박철우가 또 오픈 공격을 성공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의 3연속 득점으로 21-20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한국전력은 러셀의 서브 득점으로 또 한 걸음 달아났다. 대한항공은 임동혁의 오픈 공격으로 반격을 노렸지만, 한국전력은 이를 받아냈고 박철우가 오픈 득점으로 연결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전력은 23-20에서 러셀의 연속 서브 득점으로 3세트를 끝냈다.
한국전력은 4세트에서 막판 역전을 허용해,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5세트 대역전극으로 설욕했다. 대한항공은 5세트에서는 쫓기는 처지였다. 6-9로 끌려가던 한국전력은 러셀의 후위 공격에 이어 조근호가 임동혁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해 기세를 올렸다. 김명관이 정지석의 오픈 공격마저 블로킹하며 한국전력은 9-9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결승전 승부는 5세트 듀스로 흘렀다.
고비를 넘기는 동안 한국전력 선수들은 더 단단해졌다. 18-18에서 박철우는 노련하게 후위 공격을 성공했다. 반면, 대한항공 정지석의 퀵 오픈은 네트를 맞고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공이 떨어진 지점을 확인하는 순간, 포효했다.
한국 남자프로배구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은 예선과 준결승에서 4연승을 내달렸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 한국 무대 첫 대회에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제천 출신의 대한항공 라이트 임동혁은 우승 꿈을 놓쳤지만, 기량발전상을 받았다. 상금은 100만원이다.
[ 장병철 감독 우승 소감 ]
-경기 소감은?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변화 속 성과를 얻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선참들의 무게감을 느꼈다. 여기서 끝내지 않고 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박철우 영입이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고 보는지?
철우가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래도 선수들을 끌어주는 리더 역할을 해주고 중요한 순간에 점수를 내줬다. 이시몬도 뒤에서 잘해줬다.
-김명관 세터가 얼마나 성장했다고 보는지?
지난해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 아직 중간 중간에 미숙한 점이 보인다. 쉽게 풀 수 있는 상황에서 어렵게 가는 경향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잘 풀어갔지만 시즌이 시작하면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작전 타임에서 즐기면서 하자는 이야기를 자주 하던데?
팀 분위기 변화를 위해 자주 이야기하고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 만족스럽다. 최근 경기를 보면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의욕을 보인다. 에너지를 통해 효과를 얻고 있다
-4세트를 내준 후 어떤 느낌이었는지?
19-16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추격을 허용했다. 한국전력에 와서 컵대회에서 세 번 우승했다. 코치 두 번, 감독 한 번이다. 기분이 매번 다르다. 올해가 가장 뜻 깊다.
-러셀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연습경기 때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교체 고민도 했다. 깜짝 스타가 나타나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 정도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연습 기간이 짧았다. 더 나아질 것이다.
-지난해 최하위를 했는데 지도자로서 어떻게 변했는지?
지난 시즌은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제가 스스로 더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 구성, 훈련 등에 걸쳐 깨달은 게 많다.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 박철우 선수 우승 소감 ]
"젊은 선수들이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났던 것 같다"면서 "주변에서 박철우가 와서 팀이 바뀌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오히려 무임승차 한 것 같아서 고맙고 미안했다"
"경기 결과는 좋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세터 (김)명관이가 백토스를 조금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좀 더 호흡적인 부분을 맞춰서 정규시즌 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외국인 선수의 실력은 거기서 거기. 선수가 하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러셀은 팀 플레이를 잘 이해해 줬다. 더 독려하고 파이팅 하면서 에너지적으로 더 뛰어다녔던 것 같다. 굉장히 긍정적"
"이번 대회를 통해서 러셀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분명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신한다. 솔직히 컵대회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대회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승도 좋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터득한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린 정규리그를 보고 달려왔다. 컵대회가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첫 단추를 잘 낀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기쁨은 오늘까지 누리고 정규시즌에 정말 달라진 우리 팀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안요한 선수 우승 소감 및 활약상 ]
안요한(30·한국전력)은 프로배구 컵대회 결승전이 끝난 뒤 '부업'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한국전력은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25-18 19-25 25-20 23-25 20-18)로 꺾고 우승했다.
안요한은 결승전이 끝난 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소속팀의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의 통역으로 인터뷰를 소화했다.
지난해 안요한은 가빈 슈미트의 통역이자 코치로 일했다.
그러나 올해 안요한의 '주업'은 한국전력의 센터다.
대한항공과 결승전에서도 안요한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7득점 했다. 공격 성공률은 100%였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전력 주전 센터로 뛴 안요한은 5경기에서 블로킹 13개를 잡았다.
안요한에게 센터가 주업이 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배구를 시작한 후 안요한은 늘 레프트로 뛰었다. 프로 생활을 한 2012-2013시즌, 2013-2014시즌에도 그의 포지션은 레프트였다.
이번 대회 안요한을 지켜본 관계자 모두가 "정말 대단하다"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6년 만에 돌아온 선수가 예전과 다른 포지션에서 이 정도로 활약하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금은 안요한에게 더 요구할 게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안요한은 2012-2013시즌 2라운드 4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두 시즌 동안 12경기만 뛴 안요한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은퇴했다. 2015년 2월에 한국전력 구단은 안요한을 위한 은퇴식도 열었다.
은퇴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영어를 배운 그는 2019-2020시즌 친정팀 한국전력에 통역 겸 코치로 입사했다.
1년 동안 가빈과 함께 생활한 그는 현역 복귀를 꿈꿨고, 센터로 보직을 바꿔 꿈을 이뤘다. 그리고 한국전력 주전 센터로 발돋움했다.
안요한은 '배구 가족'의 막내다. 아버지 안병만 씨는 국가대표 세터 출신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대표팀 감독도 역임했다. 어머니 권인숙 씨는 장신 센터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고교에서 감독으로 일했다. 형 안재웅 씨는 현대캐피탈에서 2006-2007, 한 시즌만 뛰었지만 심판으로 배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안재웅 씨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통역으로도 일한다.
안요한은 현역으로 뛸 때는 가족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가빈의 말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컵대회부터는 '선수 안요한의 심정'을 말할 기회도 있다.
28일 준결승전이 끝난 뒤 안요한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결승전을 마친 후에 러셀의 소감을 전하던 그에게 취재진은 "안요한 선수의 우승 소감도 말해달라"고 청했다.
안요한은 "오늘 하루만 기뻐하고, 다시 V리그 정규리그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규리그에서 안요한은 본업인 센터에 주력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러셀의 통역을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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