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젊은 괴물의 반열에 오른다.
류현진은 왜 고개를 끄덕끄덕했을까?
37년산 괴물의 인정
“류현진 선수도 인정을 하잖아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1)의 9회초 재역전 우월 스리런포가 단연 가장 큰 화제였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5-7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의 타격, 그리고 중계방송사 SPOTV에 잡힌 1루 한화 이글스 덕아웃의 류현진의 제스처도 화제다.
김도영은 이날 모처럼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휴식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을 완전히 쉬게 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KIA 화력을 감안하면 마지막 1이닝 2점차는 해볼만한 승부였기 때문이다. 애당초 경기후반 대타 타이밍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김도영이 갑자기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풀카운트서 한화 마무리 주현상의 몸쪽 145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이미 김도영이 주현상과 승부를 하는 동안 1루 덕아웃의 류현진이 타격자세를 잡으며 동료에게 뭔가 보여줬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김도영의 타격자세를 흉내내는 듯했다. 특유의 간결한 스윙을 제법 비슷하게 보여줬다. 그러자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동현 해설위원은 “이제 류현진 선수도 말하잖아요. 움직임 없이 바로 나온다는 표현을 하는 거예요”라고 했다.
투수 출신 이동현 해설위원이 봐도 김도영의 타격은 군더더기가 없다. 두 사람은 김도영이 히팅포인트까지 나오는 시간이 짧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빨리 히팅포인트까지 가려면 당연히 군더더기 동작이 없어야 한다. 김도영은 다리 움직임을 최소화한 채 몸이 가진 힘만으로 빠르게 중심이동을 한다. 운동능력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 김도영은 주현상의 몸쪽 공에 정확한 타이밍에 대응했다. 그러자 중계방송사는 류현진이 1루 덕아웃에서 조용히 끄덕끄덕하는 모습을 잡았다. 김도영의 타격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이동현 해설위원도 “변화구에도 타이밍을 맞추고 빠른 공에도 타이밍을 맞춘다. 류현진이 말한 것처럼 정말 큰 움직임이 없었다. 그런데 짧게 나오면서 좋은 코스의 안타로 연결했다. 올 시즌 김도영은 정말 엄지를 들 수 있을 만큼 좋은 타자로 성장했다”라고 했다.
류현진과 김도영은 지난 6월23일 광주 더블헤더 1차전서 맞붙었다. 당시 김도영은 1회 첫 타석에서 드물게 삼구삼진을 당했다. 145km 패스트볼이 바깥쪽 보더라인에 들어가는 걸 보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여지없이 잡아당겨 좌중월 솔로포를 쳤다. 생애 첫 20-20을 달성하는 홈런이었다.
김도영은 그날 경기 후 류현진에게 당한 첫 번째 타석 삼진을 어느 정도 각오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승부를 위한 일종의 준비단계였다는 얘기다. 실제 김도영은 3회 홈런에 이어 5회에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패스트볼을 툭 밀어 우중간안타를 날렸다. 3타수 2안타 1삼진. 3년차 김도영이 19년차 괴물에게 판정승했다.
류현진은 당연히 그날의 기억이 강렬할 것이다. 괴물은 괴물을 알아봤다. 올 시즌 김도영은 92경기서 359타수 125안타 타율 0.348 24홈런 69타점 94득점 29도루 출루율 0.418 장타율 0.624 OPS 1.042 득점권타율 0.322다. 정규시즌 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간다.
[ 존재 자체가 위협...'6월 이후 볼넷 1위' 김도영, 가장 무서운 타자가 되어간다. ]
프로 3년 차에 MVP급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리그에서 타석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있다.
김도영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서 9회 초 대타로 출전해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최형우의 역전 스리런 홈런을 앞세운 KIA는 한화를 8-7로 꺾고 6연승을 내달렸다.
이날 김도영은 휴식 차원에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KIA가 5-7로 뒤진 9회 초 김도영은 서건창의 대타로 모습을 드러냈다. 단 한 타석이었지만 존재감을 발휘하기에는 충분했다. 1-2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2구 연속 볼을 골라내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끌고간 김도영은 주현상의 7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3-유간을 가르는 좌전안타를 때렸다. 몸쪽 깊은 코스를 파고드는 공에 김도영의 대처가 돋보였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주자 중 한 명인 김도영이 출루에 성공하자 주현상은 급격히 흔들렸다. 최원준을 상대로 초구 체인지업이후 3구 연속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스트레이트 볼넷이 됐다. 무사 1, 2루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2루수 인필드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지만, KIA에는 '타점 1위' 해결사 최형우가 있었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3-1에서 5구째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KIA는 8-7 짜릿한 역전승에 성공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 92경기 타율 0.348(359타수 125안타) 24홈런 69타점 94득점 29도루 OPS 1.043의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득점, 장타율(0.624)과 OPS는 리그 1위, 홈런 공동 2위, 최다 안타 2위, 도루 6위, 타율 5위, 타점 공동 12위 등 타격 대부분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김도영이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자리 잡았음을 잘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볼넷'이다. 김도영은 지난 두 시즌(2022~2023) 187경기서 60볼넷/124삼진을 기록, 삼진이 볼넷보다 약 2배 많았다. 올해 역시 5월까지는 14볼넷/46삼진으로 볼넷보다 삼진을 3배 정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이후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피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김도영의 볼넷은 급격히 늘어났다. 6월 이후 김도영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29개의 볼넷(2위 KT 위즈 강백호 25개)을 얻는 동안 삼진은 22개를 기록했다. 어느새 볼넷이 삼진보다 더 많아졌다. 지난해까지 단 1개였던 고의사구도 올 시즌 5개나 기록했으며, 6월 이후에만 4개를 얻었다.
이처럼 상대가 승부를 피하면 타격감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김도영은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전반기 23홈런을 몰아쳤던 김도영은 후반기 들어 10경기 만인 지난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손맛을 봤다.
홈런 가뭄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후반기 타율 0.410/출루율 0.500/장타율 0.641/OPS 1.141로 전반기(0.341/0.408/0.622/1.030)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김도영은 타석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볼넷을 골라나가거나 정확한 타격으로 안타를 생산했다. 홈런이 줄어든 대신 빠른 발로 2루타를 뽑았고, 누상에 나가면 한 베이스 더 가는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치는 등 여러 방법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프로 3년 차에 만개한 재능으로 모두를 놀라게 만든 김도영은 시즌 중에도 성장을 거듭하며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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