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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골프, 해결책은?

토털 컨설턴트 2024. 12. 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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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한국 여자골프 : 해외 도전, 주니어 육성만이 살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아시아의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 태국, 일본의 성적표가 대비되는 것 같습니다.

● 한국골프 퇴보. 일본 태국 도약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우하향 곡선의 흐름이 여전했던 걸로 보입니다.

반면 태국과 일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아마추어 주니어 레벨에서도 약세를 보여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양희영, 유해란, 김아림이 우승 트로피를 안으며 3승을 올렸을 뿐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LPGA 투어에서 한 시즌 3승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것은 2011년 3승 이후 13년 만입니다.

반면 태국 선수는 6승을 합작했습니다. 미국 선수 12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승수입니다. 미국에선 넬리 코다가 7승으로 독주를 했죠.


특히 태국의 21세 유망주 지노 티띠꾼은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티띠꾼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여자골프 사상 최다 우승상금 400만 달러(약 57억 원)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그는 시즌 2번째,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기록했죠.

티띠꾼은 2024시즌 공식 대회 상금으로만 605만9309달러(약 87억 원)를 벌어 상금 여왕에도 등극했습니다. 역대 LPGA 투어에서 시즌 상금 600만 달러를 돌파한 건 그가 최초입니다. 2007년 로레나 오초아(43·멕시코)가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436만4994달러)을 가볍게 깨뜨렸습니다. 코르다 역시 오초아의 기록을 넘어섰지만, 막판 대박을 터뜨린 티띠꾼에게 상금왕 경쟁에서 밀려 2위(439만1930 달러)로 마쳤습니다.

티띠꾼은 2021년 유럽여자투어 신인상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고 2022년 LPGA 투어에 데뷔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2023년에는 최저타수상을 안았습니다.

2024시즌 LPGA 투어 신인상은 일본의 사이고 마오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이고는 루키 포인트에서 959점을 획득해 임진희(873)를 제치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신인왕으로 등극했습니다.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도 역시 일본 선수가 받았는데 후루에 아야카(69.99타)였습니다. 24세인 후루에는 단신(153cm)의 핸디캡을 정교한 퍼트 능력과 강한 멘털을 앞세워 극복했다는 평가입니다.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그는 일본 국가대표 출신입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통산 8승을 올렸죠.


● 돈 잔치 LPGA 투어, 우승 경쟁 치열

최근 LPGA 투어는 상금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습니다. 우승상금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대회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달콤한 꽃에는 벌들이 몰려들기 마련 아닌가요. 금맥을 향한 골드러시가 일어나듯 뛰어난 신체조건과 탁월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LPGA 투어를 노크하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 선수들은 새벽이면 맨 먼저 연습장 조명을 켜고 훈련을 시작한 뒤 가장 늦게 불을 끄고 퇴근한다는 식의 성실 그 자체로 다른 나라 선수들을 능가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과실을 따 먹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코스 난도가 높아져 피지컬이 점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합니다. 한국 선수 챔피언들의 면면을 봐도 파워를 겸비한 장타자들이었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정복한 다음 스텝은 자연스럽게 LPGA 투어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었습니다. 멀게는 박세리, 김미현 등이 그랬고 그 후로도 신지애, 최나연, 박성현, 고진영, 이정은6 등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KLPGA투어 최강자들도 국내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올해만 해도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한 선수가 4명(윤이나, 박현경, 박지영, 황유민)이나 되고 상금 랭킹 9위 배소현의 상금 액수도 8억1700만 원에 이릅니다. 굳이 힘든 데다 비용도 많이 들고 성공 보장도 안 되는 LPGA 투어에 진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한국 여자골프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세대교체가 더뎠지만, 일본과 태국은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주축 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아마추어 골프 역시 한국 보다는 태국 일본의 강세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이런 역전 현상이 가중되었으며 미국 골프 명문 대학의 지원과 입학 기회가 늘어나면서 어린 나이부터 재능 있는 선수들이 미국 고교 또는 대학에 몰리게 돼 이런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겁니다.


● LPGA 공습에 나선 일본 골프 : 해외 진출 장려

얼마 전 끝난 LPGA 퀄리파잉(Q) 시리즈 파이널에서는 일본의 야마시타 마유(23)가 6타차 1위를 차지하며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야마시타는 JLPGA 투어에서 통산 13승을 거두고 2022년과 2023년 상금왕에 올랐던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특히 2022년에는 시즌 5승을 거두며 사상 최연소인 21세 103일로 상금 여왕을 달성했습니다.

2위는 일본 투어에서 시즌 3승, 통산 6승을 기록 중인 이와이 치사토로 역시 일본 선수였습니다. 치사토의 쌍둥이 언니인 아키에가 공동 5위에 올랐습니다. 아키에 역시 시즌 3승, 통산 6승을 올렸습니다. 어려서부터 요넥스 골프의 후원을 받는 쌍둥이 자매의 동반 LPGA 투어 진출은 일본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 선수가 네 명이나 ‘톱10’에 진출하는 강세를 보였으며 아마추어 시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바 사키도 공동 24위로 풀시드를 얻었습니다.

JLPGA 투어에서 올해 7승을 쓸어 담고 상금왕과 대상을 휩쓴 뒤 LPGA 투어 토토 저팬 클래식에서 우승해 내년 LPGA 투어에 입성하는 다케다 리오도  주목 받는 신인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내년에는 자국 선수가 13명이나 LPGA 투어에서 뛰게 됐으며 역대 최대 규모라고 보도하더군요.



●윤이나 유해란 새로운 롤모델 역할 기대

한국은 기대를 모은 윤이나가 8위에 올라 미국 투어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2022년 신인 때 오구 플레이를 뒤늦게 신고해 3년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1년 6개월로 경감된 덕분에 올해 KLPGA 투어에 복귀한 윤이나는 상금왕, 대상, 최저타수상 등 주요 개인 타이틀 3관왕에 올랐습니다. 윤이나는 “더 큰 무대에서 내 한계에 도전하고 싶다. LPGA투어 신인왕에 도전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일본의 루키 동기들을 넘어서야 할 과제를 지녔습니다.

올해 LPGA 투어에서 성적이 부진해 투어 카드를 지키지 못했던 박금강과 주수빈은 내년 출전권을 되찾았습니다.  LPGA 투어를 선도할 새로운 ‘피’의 수혈이 상대적으로 경쟁국보다 부족한 사실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대회는 ‘빅리그’ 진출의 패스트트랙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 진출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해 줬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양대 투어의 갈등 아닌 갈등으로 KLPGA투어 선수가 국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등 해외 투어 주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지나치게 폐쇄적인 조치로 실력 향상의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30억 주니어 육성 기금 절실

10대 주니어 선수들이 대다수를 이루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대회에서도 한국의 경쟁력은 예전 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장차 해당 국가의 국제 경쟁력을 책임지게 된다고 볼 때 앞날도 그리 녹록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올림픽만 보더라도 한국은 박인비가 금메달을 딴 2016년 리우 대회 이후 2020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 모두 노메달에 머물렀습니다.

꿈나무 육성은 그만큼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런 위기감 속에 대한골프협회는 회장 연임을 노리는 강형모 유성CC 회장을 중심으로 중고 학생 주니어 골프선수의 대회 참가 비용 지원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골프는 다른 종목에 비해 대회 참가 비용이 1인당 150만 원에 이를 정도로 비싼 게 국내 현실입니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은 개별소비세, 교육세 등 국세와 지방세 등이 추가로 부가돼 초중고 선수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골프협회는 우수한 초중고 선수들의 활발한 대회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체육진흥 기금에서 그린피 등 대회 참가 비용을 일부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국회를 통해 관련 예산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만약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된다면 연간 그린피 20억 원과 카트피 캐디피 10억 원 등 총 30억 원을 지원받게 돼 유망주 발굴과 육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학생 운동 선수에 대한 지나친 학습권 강조는 오히려 운동과 공부 두 토끼를 모두 놓치게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수업일수를 채워야 하는 탓에 우수 선수들은 고교를 관두고 출석이 어느 정도 자유로운 방송통신고로 전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프로선수들의 국내 안주 경향이나 도전 의식 결여 등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고도 합니다. 선택의 문제인 거죠. 하지만 우물 안에 머물려는 행태는 골프 산업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당장 2025년에는 불황의 여파가 필드에도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한화, SK텔레콤 등 주요 대회 스폰서들이 여자프로대회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몇 군데 다른 기업들도 대회 중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좁은 국내에서 벗어나 미국 아니 일본 투어에라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결심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요.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입니다. 찬바람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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