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KPGA

연장전 진 뒤 라커룸 부순 김주형, 성숙한 자세 필요

토털 컨설턴트 2024. 10. 28.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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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경위 파악"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팬들 성원에 보답해야


미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린 김주형이 국내 대회 연장전에서 진 뒤 라커룸 문짝을 부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주형은 지난 2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 골프클럽에서 열린 DP월드투어 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일 연장전에서 안병훈에게 져 준우승했다.

김주형은 최종 라운드 17번 홀까지 안병훈에게 1타 앞섰지만, 안병훈이 버디를 잡아낸 18번 홀(파5)에서 버디 퍼트를 놓쳐 연장전에 끌려 들어갔다.

18번 홀에서 치는 연장전에 김주형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 턱 러프에 걸렸고 불안정한 자세에서 쳐야 했던 세 번째 샷은 그린을 훌쩍 넘겨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랐다.

파퍼트마저 놓친 김주형은 버디 퍼트를 넣은 안병훈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김주형은 안병훈에게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라커룸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실수에 화를 참지 못한 나머지 라커룸 문짝을 부쉈다.

PGA 투어에서 선수가 화를 못 이겨 분노를 과하게 표출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클럽을 부러뜨리거나 캐디백을 발로 차는 등 자기 소유 물건을 파손한다.

타인이나 공용 자산을 부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더구나 다른 선수, 특히 골프클럽 회원들이 사용하는 공용 재산을 손괴하는 행동은 선수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따르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DP 월드투어와 함께 대회를 공동 주관한 KPGA 투어는 "먼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KPGA 투어는 또 "김주형이 전날 시상식 도중 파손 관련해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며 "골프장 측에서도 피해 정도가 미미하다며 별도의 비용 청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 김주형이 경기 후 라커룸 문을 파손한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

김주형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고국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 라운드를 마친 후, 이번 사건에 대한 추측이 많았다. 잘못된 보도가 많아서 이를 명확히 정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주형은 경기가 끝낸 뒤 안병훈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기 후 라커룸의 문을 파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주형은 영어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패배 후 좌절했지만, 라커룸의 문을 훼손할 의도가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직후 DP월드투어와 KPGA에 라커룸 문이 망가진 것을 알렸고, 피해에 대한 모든 비용을 지불할 뜻이 있다는 것도 알렸다"고 덧붙였다.

김주형은 또 "징계에 대한 추측도 있지만, 사건 이후 투어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과와 손해배상 제안했고 이 문제는 마무리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주형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 준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실망한 분들에게는 사과드린다"며 글을 마쳤다.


[ 김주형에게 바라는 마음 ]

김주형에게 5% 부족한 것은?

남자골프 세계랭킹 25위의 김주형(22)은 임성재(22위) 안병훈(27위) 김시우(52위)와 함께 PGA투어에서 한국 골프를 견인하는 4인방 중의 한 명이다.

동화 같은 과정을 거쳐 혜성처럼 PGA투어에 등장해 단시일에 'PGA투어의 CEO(Chief Energy Executive Officer)'란 영광스런 칭호를 얻었다. 그의 공격적인 플레이와 화산에서 분출하는 용암을 연상케 하는 다이나믹한 퍼포먼스로 대회장을 뜨겁게 달구어 PGA투어의 흥행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았다.

2022년 US오픈 23위,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단독 3위, 디 오픈 컷 통과 등으로 PGA로부터 임시 특별회원자격을 얻어 기회를 얻은 그는 2021-22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22년과 2023년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을 2연패 하면서 PGA투어의 기대에 부응했다. 엄선된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공동 8위로 한국 남자골프 사상 처음 올림픽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3년 만에 3승을 거두고 현재 세계랭킹 25위로 대회마다 자주 우승 가능성이 높은 선수명단인 파워랭킹에 이름을 올리는 김주형은 이미 PGA투어 주력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김주형은 더 이상 '노마드(Nomad) 골퍼'가 아니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떠돌며 골프를 익히고 골퍼로서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이젠 PGA투어의 젊은 스타로 자리 잡았다. 목초지를 찾아 헤매던 시절은 지나갔다.

PGA투어와 DP월드, 아시안투어, KPGA투어라는 안정된 목초지에서 제 기량만 발휘하면 된다. 노마드 골퍼 시절에는 저돌적인 도전정신과 불굴의 투지가 미덕이었지만 잘 가꾸어진 목초지에선 투어의 멤버들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기량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랭킹 1위를 꿈 꾸어온 그로선 여전히 승리에 배고프고 도전해야 할 언덕이 많겠지만 골프란 게 조급하게 서두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김주형은 이제 만 22세다. 매우 젊은 피다. 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충분하다.

이런 김주형이 지난 2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GC 코리아에서 막을 내린 DP월드투어와 KPGA투어 공동 주관의 제네시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안병훈에게 패한 뒤 화풀이로 락커 문을 파손하는 황당한 일을 저질렀다.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를 펼치며 마지막 18번 홀(파5)에 도착했을 때 김주형은 1타 차 선두였다. 그리고 18번 홀에서 김주형은 2.1m, 안병훈은 2.3m 정도의 버디 퍼트를 남겨 둔 상항에서 안병훈은 버디 퍼트에 성공했고 김주형은 실패했다.

같은 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도 김주형이 유리했다. 김주형의 티샷은 투온이 가능한 페어웨이에 안착했고 안병훈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려 러프에 떨어졌다. 안병훈은 두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근처에 보냈고 김주형이 투온을 노린 두 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 턱에 떨어졌다. 김주형의 세 번째 샷이 생크가 나면서 4온에 성공했으나 파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안병훈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김주형으로부터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은 안병훈은 김주형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차라리 이글로 승리했더라면 마음이 홀가분했을 텐데 주형이 실수로 우승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고 털어놨다.

시상식이 한참 진행 중인 시간 락커 룸으로 돌아간 김주형은 연장전 패배의 분을 못 참고 화풀이로 락커 룸 문을 내려앉게 했다. 세계적 선수가 파리 올림픽에도 동반 출전한 선수에게 역전패했다고 이런 식으로 화풀이했다는 것은 김주형으로선 생애의 오점이다.

'노마드 골퍼' 시절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경쟁을 벌여야 했지만 초지와 물이 풍부한 PGA투어에선 목초지를 공유한 선수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것도 주변의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이때 필요한 것이 자신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평정심과 주변과의 원활한 관계 맺기, 배려, 감사, 격려, 위로의 자세일 것이다. 이런 요소가 5%가 될지 10%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김주형의 성공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얼마 전 BBC 소속 산악전문가가 북아프리카 모로코에 있는 아틀라스산맥의 최고봉 투브칼산(Tuvkal, 해발 4,168m)에 오르는 다큐먼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현지 산악가이드의 말이 생생하다. 산을 오르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산악전문가에게 현지 가이드가 "등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산악전문가가 대답을 못하자 현지 가이드가 말한다. "Slow and Steady"






지금 김주형에겐 필요한 것이 바로 아틀라스산맥 산악가이드가 한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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