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백업’인가?
황동하 이창진 변우혁 등 주전급 활약
이창진(33·KIA)은 지난 26일 4차전에서 올해 한국시리즈 첫 출전했다. 4번 타자 최형우가 허리 통증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되자 KIA는 우익수 나성범을 4번 지명타자로 옮기고 외야 한 자리에 이창진을 선발 투입했다.
KIA는 ‘해결사’ 최형우의 공백을 4차전 변수로 염려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9-2로 대승을 거뒀다. KIA는 13안타를 뽑았다. 그 중 2안타는 이창진의 몫이었다.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이창진은 2회와 5회 모두 선두타자로 나가 중전안타를 쳤다. 1회에만 32개를 던지며 KIA 타선에 시달린 삼성 선발 원태인에게 2회 시작하자마자 안타를 뽑아 출루했고, 3회에는 3-0으로 앞선 1사 2·3루에서 6구째에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원태인은 이 볼넷 뒤 강판됐고, 이창진의 출루로 완성된 만루에서 김태군이 홈런을 터뜨려 KIA는 승기를 잡았다.
이창진은 5회에는 네번째 투수 이승현이 등판하자마자 8구까지 싸운 뒤 안타를 쳐냈다. 외야 수비도 안정적으로 해내면서 타석에서 최형우, 외야에서는 나성범의 공백을 지웠다.
변우혁(24·KIA) 역시 첫 선발 출전했다. 1·2차전에 교체 출전했지만 4차전에서는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루는 이번 한국시리즈를 시작하기 전부터 KIA가 고민해온 구역이다. 시즌 막바지 이우성의 타격 컨디션이 떨어지자 서건창, 변우혁까지 3명을 놓고 엔트리 구성부터 선발라인업까지 매경기 ‘선택’하며 라인업을 짜왔다. 변우혁은 KIA의 가장 큰 대타 자원이지만 1루에서 비중은 시즌 중 주전으로 뛴 이우성과 베테랑 서건창에 비해 작았다.
1차전 서건창, 2차전 이우성, 3차전 서건창으로 선발 1루수를 세운 KIA는 1루에서 생각지 못한 수비 실수가 몇 차례 나오자 4차전에는 변우혁을 기용했다. 이범호 감독은 “변우혁이 올시즌 수비에서 안정적이다. 4차전은 경기 초반 수비가 중요하다 생각하고, (변우혁이) 원태인에게 광주에서 홈런을 친 경험도 있다”며 변우혁 카드를 내놨다.
변우혁은 이날 안타를 한 개도 치지 못했다. 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경기 마지막까지 교체되지 않고 1루를 지켰다. 경기 뒤엔 이범호 감독이 변우혁의 이름을 직접 꺼내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승리다. 변우혁이 안타는 못 쳤지만 어떤 선수든 그날 자신의 몫이 있다. 공격이 야구의 전부가 아니다”며 안타 없이도 결정적인 수비로 승리에 힘을 보탠 변우혁을 치하했다.
변우혁은 이날 안정적인 1루 수비로 삼성의 추격 의지를 잠재웠다. 특히 8회말 1사1루에서 디아즈의 타구를 감각적으로 잡아 망설이지 않고 2루의 유격수 박찬호에게 송구해 1루주자를 잡은 뒤 다시 1루로 돌아가 송구를 받고 타자 주자를 아웃시켜 이닝을 끝냈다. 1루수-유격수-1루수 병살플레이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성공시켜 큰 박수를 받았다.
4월말부터, 부상 당한 이의리 자리에 투입돼 선발로 활약해온 황동하(22·KIA)는 한국시리즈에서 중간계투로 변신해 주어진 새 임무를 충실하게 소화했다.
3차전에서 2-4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 위기에 올라 우타자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으며 한국시리즈 데뷔전을 치른 황동하는 4차전에서는 9회말 등판했다. 선발 네일이 5.2이닝을 던지고 교체된 뒤 9-2로 앞선 상황에서도 이준영(0.1이닝)-장현식(1이닝)-곽도규(1이닝) 필승계투조를 투입해 승부한 KIA는 9회말 황동하에게 경기 종료를 맡겼다. 9-2로 앞섰지만 김헌곤-박병호(대타 김현준)-김영웅으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만나는 이닝이었다. 마무리를 투입할 수는 없지만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KIA는 황동하를 택했고, 황동하는 완벽한 삼자범퇴로 경기를 끝냈다.
KIA는 올시즌도 줄부상과 싸웠다. 개막 직전 나성범이 이탈하더니 개막 이후에는 양현종을 제외한 선발투수 전원이 부상을 당하는 등 치명적인 부상 사태를 여러 번 겪었다. 그러고도 압도적 경기력 차이를 보이며 정규시즌 1위를 지켜냈다. 주전 그 외의 선수들이 빛난 시즌, 그 힘이 한국시리즈에서도 가장 결정적이었던 4차전 승리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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