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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협회와 동행 거부 이유는?

토털 컨설턴트 2024. 8. 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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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폭탄발언’의 의미?

“내 무릎 상태를 안일하게 본 대표팀에 실망. 현재의 대표팀과는 계속 하기 힘들어”

‘대표팀 은퇴냐’ 질문엔 “이야기 해봐야겠지만 실망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22·삼성생명)이 올림픽 무대를 정복한 날 '폭탄 발언'을 꺼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동행을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대표팀 은퇴 사태까지 커질지 주목된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를 게임 스코어 2-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우승한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 금메달 획득까지 더해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 최고수임을 확고히 알렸다.

안세영은 금메달 확정 후 공동 취재 구역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고 웃은 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끝난 뒤 부상 때문에 힘들 때 코치님과 많이 싸우고 울고 했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는 순간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방수현이 이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8년 만에 끊겼던 금맥을 다시 캐냈다. 안세영 스스로도 커리어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인한 2021년 개최) 대회 때 8강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 배드민턴 종목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도 2008 베이징 올림픽 혼성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의 쾌거다. 우리나라는 역대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금메달 6개를 수확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지난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여자 단식에서 금맥은 물론 메달리스트조차 배출되지 않았다. 2000 시드니, 2004 아테네,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까지 포디움에 오른 선수가 없었다.

한국 배드민턴은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여자 복식 정소영-황예영, 남자 복식 김문수-박주봉 ▲1996 애틀랜타 대회 여자 단식 방수현, 혼성 복식 김동문-길영아 ▲2004 아테네 대회 남자 복식 하태권-김동문 ▲2008 베이징 대회 혼성 복식 이용대-이효정 등이 올림픽 무대를 정복했다.

한국 배드민턴 28년의 한은 안세영이 풀어줬다. 안세영은 도쿄 올림픽 노메달의 아픔 이후 3년 동안 단단해지고 강해졌다. 2022 도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단식 동메달, 2023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월드 클래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단식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면서 아시아를 정복했다.

안세영은 다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무릎 통증이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금메달이라는 해피 엔딩을 맞이했지만 이 과정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선수 사이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을 강도 높게 표출했다. 향후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대표팀이 배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협회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대표팀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며 "저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힘들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계속 배드민턴 발전을 위해서 내 기록을 위해 계속 뛰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는 잘 모르겠다"며 "앞으로 저는 그냥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이와 함께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에 못 나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단식만 뛴다고 선수 자격을 박탈하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 하나 밖에 나오지 않을 걸 돌아봐야 하지 않는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이 실망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 감독 입장 ]

"대표팀 아닌 협회 시스템 지적한 것, 나와는 아무 문제 없다"

"세영이가 단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김학균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세영이는 대표팀 보다는 협회에 불만을 표현한 것 같다. 기자회견 후 만나서 대표팀에 실망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나와 세영이는 아무 문제 없다. 그랬다면 금메달 후 이렇게 함께 기뻐했겠나"라며 "아마도 협회의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나 싶다. 향후 세영이 문제는 협회가 정리할 부분"이라고 했다.


[ 협회 입장 ]

“협회가 잘못한 내용이 있는지 선수와 대화를 나누겠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조금 당황스럽다. 협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선수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는 인터뷰를 했으니...”라며 “세계 최고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데에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선수는 어쨌든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귀국 후에 안세영 선수와 대화를 나누겠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 부분을 풀겠다. 지금 파리에서 당장 하기보다는 귀국 후에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협회가 잘못한 내용이 있는지 선수와 대화를 나누겠다. 선수도 고통스럽다고 했으니 우리 역시 선수와 직접 만나서 선수 얘기를 듣는 게 먼저가 아닌가 싶다”며 “귀국 후 협회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안세영 추가 입장 ]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면서 은퇴 해석에 선을 그었다.

안세영은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제가 잘나서 이야기한 것도,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하고픈 이야기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주고 해결해주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말했다.


[ 추가 인터뷰 기사 ]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어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당시 안세영은 "제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실망했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상 관리'는 하나의 사례였을 뿐, 안세영의 문제의식은 대표팀 시스템 전반에 닿아있었다.

안세영은 인터뷰에서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잘 키워줬으면 좋겠다"면서 "선수에게 '이번이 기회다'라고 말할 것만이 아니라 꾸준한 기회를 주면서 관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부터 '작심 발언'을 준비했는지 묻자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8년이라고 답했다.

안세영은 "제가 목표를 잡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제 분노였다"면서 "제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다. 제 꿈은 어떻게 보면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먼저 안세영은 선수 육성과 훈련 방식이 단식, 복식별로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세영은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고 다른 체제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뉘어야 하고 훈련 방식도 각각 체계적으로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 선수들은 개개인 스타일이 다른데 그걸 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복식 종목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운영돼 왔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항상 성적은 복식이 냈으니까 치료와 훈련에서 복식 선수들이 우선순위였다"고 했다.

그래서 안세영은 차라리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을 꾸준히 피력해왔다고 한다.

안세영은 "타이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 코치 1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세영은 대표팀 훈련 방식의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안세영은 "근력 운동 프로그램이 1년 365일 동안 똑같고, 배드민턴 훈련 방식도 몇 년 전과 똑같다"면서 오히려 부상 위험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은 "부상이 안 오게 훈련하든지, 부상이 오면 제대로 조치해주든지 해야 하는데 부상은 오고, 훈련은 훈련대로 힘들고, 정작 경기에는 못 나가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도 비판했다.

안세영은 "제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면서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뺀다"고 말했다.

사후에라도 설명을 요구할 순 없었냐고 묻자 "물어보지도 못하는 시스템과 분위기다. 대회가 끝나면 끝인 상황에서 제가 물어볼 기회가 없다. 미팅조차 없다"고 답했다.

안세영은 마지막 한 마디로 인터뷰를 마쳤다.

"협회와 체육계 관계자들 모두 이 문제들에 있어 회피하고 미루기보단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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