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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전 75기' 양희영, 인간승리의 표본

토털 컨설턴트 2024. 6. 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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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전 75기' 양희영, 인간승리의 표본


74번이나 도전했지만 메이저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모두가 안된다고 했다. 후원사도 없었다. 하지만 양희영(34)은 75번째 도전에서 메이저 우승을 따냈다.

양희영은 24일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기록했다.

양희영은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2위인 고진영, 릴리아 부, 야마시타 미유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양희영은 2타차 선두로 4라운드에 돌입했다. 4라운드 초반 엄청난 기세로 2위권과의 격차를 6타차까지 벌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경기 막판 16번홀(파4)과 17번홀(파3)에서 각각 보기와 더블보기를 범했으나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양희영에게 기적같은 선물이다. 2008년 LPGA 투어에 입문한 양희영은 이 대회 전까지 LPGA 통산 5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은 없었다. 21번이나 톱10에 들었지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전성기 기량을 자랑하던 2012년과 2015년 US여자오픈 준우승을 기록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여자골프 선수는 20대에 전성기를 맞이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코스를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 대회에서 30대 선수가 우승을 거두기는 매우 어렵다. 이 대회 전까지 한국 30대 여자 프로 골퍼가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거두지 못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이로 인해 양희영의 이번 대회 우승을 점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실제 양희영에게 후원사가 없었던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럼에도 양희영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은퇴까지 고민했던 양희영은 올 시즌에도 LPGA 투어 선수로 나섰고 75번째 메이저 대회에 도전했다. 1라운드부터 2타를 줄이더니, 2라운드 4언더파 68타로 단숨에 선두권을 장악했다. 이어 3라운드 1언더파, 4라운드 이븐파로 노련하게 스코어를 지켰다. 양희영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거둔 셈이다.

2018년 만 40세의 나이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앤절라 스탠퍼드(미국) 이후 가장 나이가 많은 메이저대회 챔피언으로 우뚝 선 양희영. 20대 시절 숱한 메이저 우승을 경험하고 34세에도 노익장을 발휘한 챔피언이 아니었다. 숱한 실패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기적같은 우승을 일궈낸 영화같은 챔피언이었다. '74전 75기'를 이뤄낸 양희영은 LPGA 역사에 길이 남을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이번 우승은 큰 사건이었다. 양희영 입장에서 무려 75번째 도전만에 이뤄낸 메이저 우승이었다. 2012, 2015 US여자오픈 준우승의 한을 푼 결과였다. 더불어 한국 여자프로골프 선수 역대 최고령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까지 남겼다.

특히 양희영은 이번 우승으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파리올림픽 출전권은 이번 대회까지 세계랭킹 15위 안에 포함된 선수들 중 각 국가 4번째 순번까지 주어진다. 25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고진영(3위)과 김효주(13위)가 15위 안에 위치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25위였던 양희영은 5위로 도약해 고진영,  김효주와 함께 파리올림픽 무대를 누비게 된다.

한국 여자골프로서는 최고의 다크호스를 얻게 됐다. 양희영은 2008년 LPGA에 입회한 후 꾸준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온 정상급 골퍼다. 더불어 올림픽은 대회 특성상 실력 외에도 큰 경기 경험이 중요한데, 양희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상승세도 타고 올림픽 경험도 갖췄으니 올림픽 메달을 경쟁할 최고의 다크호스로 부족함이 없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2년만에 정식종목으로 부활했던 골프. 그 역사적인 순간에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박인비였다. 하지만 한국 여자골프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이번엔 앞서 두 대회에서 4명이 출전했던 것과 달리 고진영, 김효주 단 2명이 나설 전망이었다. 그만큼 메달 가능성은 떨어졌다.

하지만 '백전노장' 양희영이 메이저 대회 우승과 함께 합류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74전 75기'의 기적을 보여준 양희영이 파리올림픽에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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