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프로야구 전반기 결산 ]
① 역대급 레이스가 낳은 관중 폭발 : 1천만 시대 눈앞
1위 KIA부터 10위 키움까지 12경기 차 접전 양상, 모두가 가을야구 후보
KIA·LG 양강에 삼성 약진·두산 선전
롯데·한화 행보에 후반기 관심 집중
두산 최다 관중·KIA 관중 77% 폭증
'엘롯기' 동반 가을야구 가능성도
뚜껑을 열기 전까지 2024 프로야구 정규리그가 이렇게 펄펄 끓어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3월 23일 정규리그 개막 후 10개 구단은 그야말로 숨돌릴 틈 없이 앞만 보고 석달 이상을 달려왔다.
그 결과는 3일 현재 중간 순위표가 말해준다.
선두 KIA 타이거즈부터 10위 키움 히어로즈까지 10개 팀이 승차 12경기 안에서 가을야구 티켓을 향해 치열하게 싸운다. 한눈팔 새가 없다.
예년과 달리 일찌감치 바닥으로 처진 팀도 없다. 10개 팀 모두 포스트시즌 출전 희망을 품은 그야말로 전력 평준화의 끝판왕 시즌이다.
1위부터 포스트시즌 막차를 타는 5위 SSG 랜더스까지 승차는 7경기. 5위부터 키움까지 6개 팀은 승차 5경기 안에 촘촘히 모여 있다.
시즌 전 전문가 예상에서 3강으로 평가받은 KIA와 지난해 통합우승 챔피언 LG 트윈스는 1, 2위로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또 다른 우승 후보 kt wiz는 주전들의 부상으로 고전한 끝에 바닥으로 처졌다가 7위로 서서히 반등 중이다.
kt의 자리를 삼성 라이온즈가 채웠다. 시즌 초반 8연패를 당해 꼴찌로 추락한 삼성은 강력한 불펜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로 일어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KIA의 예상을 깬 독주, 마운드 약화에도 선전한 LG의 저력, 삼성의 약진이 전반기를 가른 화두다.
KBO리그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42) 감독이 이끄는 KIA는 4월까지 21승 10패를 거둬 스타트를 잘 끊었다.
1선발 윌 크로우의 부상 이탈, 4선발 이의리의 수술로 선발 투수가 두 명이나 빠진 바람에 KIA는 5월과 6월에는 간신히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맴돌았지만, 초반에 승수를 쌓아둔 덕에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LG는 약해진 마운드를 쌍둥이만의 공격 야구로 이겨냈다.
5선발로 맹활약한 좌완 손주영과 올 시즌 마무리를 꿰찬 유영찬이 기대 이상의 호투로 팀을 살렸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부진과 브랜든 와델의 부상 등 선발진의 약세에도 두산은 특유의 조직력을 발휘해 선두권을 유지한다.
김택연, 이병헌, 최지강 등 힘을 앞세운 젊은 불펜이 두산의 뚝심을 뒷받침했다.
5월까지 바닥권을 헤매던 김태형 감독의 롯데 자이언츠는 6월 급반등해 중위권 대혼전에 가세했다.
'승부사'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 이글스와 롯데의 후반기 성적이 최대 변수가 되리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6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김경문 감독은 24승 1무 32패에서 지휘봉을 물려받아 6월 4일 이래 11승 1무 12패를 거뒀다.
중위권과 격차가 크지 않아 후반기에 승수를 추가하면 얼마든지 가을 야구를 노릴 수 있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표가 요동치는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 덕분에 흥행 역시 역대급으로 진행 중이다.
전체 일정의 57%를 치른 3일 현재, 프로야구는 599만3천122명의 관중을 동원해 전반기에 이미 관중 600만명을 돌파할 기세다.
이 추세라면 단순 계산으로 시즌 끝에는 1천만명을 훌쩍 넘긴다. 사상 최초로 시즌 누적관중 1천만명 시대가 눈앞에 왔다.
상대 팀과 관계없이 현재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스카이박스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KIA의 관중은 경기마다 인산인해를 이룬다. 작년 같은 경기 수를 치렀을 때보다 관중이 77%나 늘었다.
삼성, 두산, NC 다이노스, 한화 관중도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하는 등 올해 누적 총관중 수가 작년보다 32% 급증했다.
MZ세대와 20대 여성 팬의 증가가 관중 폭발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현장을 중심으로 쏟아진다.
구단별로는 두산(80만754명), LG(72만5천538명), KIA(69만2천744명)가 빅 3를 형성했다.
전국구 구단 '엘롯기'(LG·롯데·KIA)의 동반 가을야구 가능성도 1천만 관중 시대를 앞당길 호재다.
② 최정·손아섭, 통산 기록 새역사 & 최고 히트상품은 김도영
최정 홈런·손아섭 안타 신기록
김도영은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왼손 트로이카 류현진·양현종·김광현도 의미 있는 누적 기록
2005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최정(37·SSG 랜더스)과 2007년 프로로 입문한 손아섭(36·NC 다이노스)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통산 기록을 바꿔놨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트로이카' 류현진(37·한화 이글스), 양현종(36·KIA 타이거즈), 김광현(35·SSG)도 의미 있는 기록을 쌓았다.
하지만, 2024 KBO리그 전반기 단기간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은 선수는 2003년생 김도영(20·KIA)이었다.
올해 KBO리그 전반기에는 기념비적인 기록이 여러 개 탄생했다.
시즌 초에는 최정이 '홈런'으로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까지 458홈런을 쳤던 최정은 올해 4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방문 경기에서 5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상대 선발 이인복의 초구를 공략해 왼쪽 담을 넘겨 시즌 10호이자, 개인 통산 468호 아치를 그렸다.
한때 '불멸의 기록'으로 불렸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467홈런을 넘어선 KBO리그 통산 홈런 신기록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2013년 6월 20일 KBO리그 352번째 홈런을 터뜨려 통산 홈런 1위로 올라선 뒤 10년 10개월 동안 타이틀을 보유하다가 최정에게 '단독 1위'를 내줬다.
"빨리 이승엽 감독님 기록을 넘어서서 조용하게 야구하고 싶다"고 털어놨던 최정도 이승엽 감독의 기록을 넘어선 뒤에는 "개인 통산 500홈런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욕심난다"고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3일까지 홈런 21개를 친 최정은 KBO리그 최다인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이어가고, 최다 타이인 9시즌 연속 20홈런 기록도 작성했다.
초여름에는 손아섭이 KBO리그 개인 통산 안타 기록을 바꿔놨다.
손아섭은 6월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6회초 상대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6구째 포크볼을 공략해 좌전 안타를 쳤다.
손아섭이 18시즌, 2천44경기, 8천834타석 만에 친 2천505번째 안타다.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2018년 6월 23일 2천319번째 안타를 치며, 양준혁 야구재단 이사장을 제치고 통산 안타 1위로 도약해 은퇴할 때까지 2천504안타를 생산했다.
손아섭이 2천505안타를 치면서, 박용택 위원이 6년 동안 지켜왔던 통산 안타 1위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손아섭은 이후에도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KBO 통산 안타 기록을 3일까지 2천511개로 늘렸다.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라이징 스타'도 탄생했다.
'고졸 3년 차 내야수' 김도영은 올해 전반기에 '제2의 이종범'이란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김도영은 4월에 홈런 10개를 치고, 도루 14개를 성공하며, KBO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 진기록을 달성했다.
호타준족의 대명사 이종범도, 40홈런-40도루를 올린 2015년의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타격의 정확성과 힘, 질풍 같은 주루를 겸비한 김도영은 6월 23일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20호 홈런을 치면서,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전반기에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건, 1996년과 2000년의 박재홍, 1999년 이병규, 2015년 테임즈에 이어 김도영이 5번째다.
만 20세 8개월 21일의 나이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김도영은 1994년 만 18세 11개월 5일 만에 '20-20클럽'에 가입한 김재현에 이어 역대 최연소 2위에 오르는 기쁨도 누렸다.
3일까지 23홈런-25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은 홈런 7개와 도루 5개를 추가하면 테임즈 이어 9년 만이자 국내 선수로는 2000년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이어 24년 만에 30홈런-30도루 클럽의 맥을 잇는다.
올 시즌 실책 1위(19개)의 불명예 기록도 가지고 있지만, 2일 삼성전에서 실수를 범해 조기에 교체당한 뒤 3일 삼성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작렬하는 등 나날이 성장하는 김도영의 질주가 이어지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레이스에서도 앞서갈 수 있다.
마운드에서는 베테랑 왼손 트로이카가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11년 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서 한화로 돌아온 '21세기 한국 최고 투수' 류현진은 미뤄뒀던 KBO리그 100승(33번째)을 채웠다.
시즌 초 부진과 불운 탓에 전반기에 5승(5패)에 그쳤지만, 류현진은 탁월한 제구로 상대 타자와 팬들의 탄성을 끌어냈다.
KBO 200승을 향해 달리는 양현종과 김광현은 4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 등판을 앞두고 6승씩을 챙겼다.
양현종은 역대 두 번째로 170승 고지를 밟은 뒤 174승까지 승수를 늘렸다. 역대 두 번째로 2천 탈삼진(2천11개)도 채웠다.
김광현도 통산 승리 단독 3위(164승), 탈삼진 단독 3위(1천808개)로 올라섰다.
③ '야구 혁명' ABS & 변수로 떠오른 더블헤더
프로 리그 세계 최초 ABS 도입으로 공정성 확보
주말 더블헤더로 구단별 희비 교차
2024년 프로야구 전반기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세 가지 꼽자면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과 유료시청 시대 개막, 더블헤더 시행이다.
인간 심판이 아니라 데이터를 받은 인공지능(AI)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별하는 ABS 시스템은 전반기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야구팬의 심리적 저항감이 심했던 유료시청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는 더블헤더는 현장에서 '필요악'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구단별 유불리 때문에 조금씩 볼멘소리가 나온다.
◇ '이게 왜 스트라이크냐' 소모적 논쟁 사라진 KBO리그
올해 KBO리그의 모습을 가장 많이 바꾼 사건은 ABS의 도입이다.
세계 프로리그 사상 최초로 전격 도입한 ABS는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만족도가 높다.
무엇보다 야구팬들은 '왜 우리 팀만 안 잡아주느냐'는 판정 차별 시비에서 해방돼 야구를 시청할 때 가장 큰 스트레스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KBO 사무국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90% 안팎의 팬이 ABS 도입에 만족도를 보인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인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효율성마저 극대화한 것이다.
트래킹 시스템을 통해 투구 위칫값을 추적한 뒤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별하는 ABS는 야구 혁명이나 다름없다.
선수나 감독의 단골 퇴장 사유였던 구심의 볼 판정에 관한 격렬한 항의는 더는 보기 어려워졌고, 경기 진행도 빨라졌다.
이제 AI가 '오차 없이' 스트라이크를 판별하는 시대가 왔다면, 다음 단계는 '진짜 스트라이크'에 대한 개념 재정의가 필요하다.
단 0.1㎝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해도 ABS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 개념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높은 존 양쪽 모서리'는 전반기 내내 선수를 혼란스럽게 했다.
개념상으로는 존 모서리만 스쳐도 스트라이크가 맞지만, '타자가 공략할 수 있는 공'이 스트라이크가 돼야 한다는 대전제 자체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타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ABS 도입으로 모두에게 공평한 스트라이크 존이 도입됐으니, 이번 시즌이 끝나면 '진짜 스트라이크'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KBO 사무국 관계자는 "높은 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시즌 중에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자체로 다시 살피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 더블헤더에 갈린 희비
kt는 더블헤더만 4차례, NC는 '0회'
지난해 KBO리그가 한국시리즈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한 날짜는 11월 13일로 최근 들어 가장 늦었다.
작년 여름 유난히 우천 취소가 잦아서 8월 중순 이후에는 월요일 경기를 진행하고도 11월 중순을 넘겨서 리그가 끝났다.
만약 예전처럼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리그까지 중단했다면, 말 그대로 '겨울 야구'까지 할 판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 시즌을 앞두고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은 더블헤더를 되살리기로 합의했다.
주중 경기(화∼목)가 비로 취소되면 추후 일정으로 재편성하고, 주말 경기(금∼일) 가운데 금요일이나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다음 날 더블헤더를 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더블헤더를 치르면 선수단 체력 소모가 극심하고, 입장 관중 수익에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월요일 경기만큼은 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더블헤더가 부활했다.
전반기 구단별로 더블헤더로 인한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kt는 가장 많은 네 차례, 총 8경기를 더블헤더로 치렀다. 더블헤더 성적은 2승 1무 4패로 좋지 않았다.
반면 NC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더블헤더를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더블헤더 제도 때문에 삼성과 kt는 이틀 동안 사실상 세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삼성이 kt 7-1로 앞서가다가 굵어진 빗줄기로 4회말 경기가 중단됐고, 그대로 그 경기는 우천 노게임 선언됐다.
29일 경기 선발투수를 소득 없이 소모한 두 팀은 30일 대체 선발을 투입하면서까지 더블헤더를 소화했고, 이 경기에서는 kt가 1승 1무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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