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오늘의 건강 소식
1. 가족력 강한 질병 4
암, 치매, 심혈관질환, 아토피성 피부염
가족력이란 직계가족이나 사촌 내에서 같은 질병을 앓은 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가족력은 유전, 생활 습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가족력이 강한 질병 4가지를 알아본다.
◇암
암은 가족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2004년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독인 암연구센터가 1932년 출생한 스웨덴인 10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가 암에 걸린 경우 자신의 암 발병 위험은 위‧대장‧유방‧폐암 등에서 1.8~2.9배에 달했다. 형제자매가 암에 걸렸을 때는 2.0~3.1배, 부모와 형제자매가 모두 같은 암에 걸린 경우 자신이 암에 걸릴 위험은 3.3~12.7배 높았다. 따라서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확인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매도 가족력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부모의 치매 병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47%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72% 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포지단백 4형이라는 유전자와 관련 있다. 이 유전자형을 1개 물려받으면 2.7배, 2개 물려받으면 17.4배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는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다. 따라서 가족 중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가 있다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 꾸준히 검사받아야 한다.
◇심혈관질환
심혈관질환 역시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다. 캐나다 맥매스터의대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은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심장마비를 겪을 위험이 1.5배 높았다. 심혈관질환은 심장마비 등 위중한 질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한 번씩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를 받고, 1년에 한 번씩 심전도검사를 받는 게 좋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가능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할 필요가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
아토피성 피부염은 유전학적 요인을 비롯해 환경적 요인, 환자의 면역학적 이상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의 70~80% 정도가 가족력이 있다. 부모 모두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으면 75%, 부모 중 한 명만 있으면 50% 확률로 자녀에게서 아토피성 피부염이 나타난다(아산병원 자료). 아토피성 피부염은 악화시키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게 최선이다. 평소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피부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2. 면역력 높이는 방법 7가지
질환 없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필수 요소가 있다. 바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외부로부터 우리 몸에 침입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대응하는 힘이다.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지면 각종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구내염이 있다. 이밖에도 감기, 대상포진, 방광염, 독감 등 다양한 질환에 취약해진다.
그렇다면, 면역력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식단 개선, 운동 등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1. 균형 잡힌 식단 유지: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일, 채소, 고기 등 다양한 식품으로 식단을 구성하여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등 영양소를 고루 섭취한다. 특히, 면역력 증진에 도움 되는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면역 체계 유지에 도움 되는 영양소는 대표적으로 비타민 B, 비타민 D, 비타민 C, 그리고 아연을 꼽을 수 있다.
2. 나쁜 식습관 개선: 면역력을 떨어트리는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과도한 나쁜 지방 섭취, 음주, 과도한 당 섭취 등이 이에 해당한다.
3.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나오는데, 이 스트레스 호르몬이 만성적으로 나올 경우 면역력이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4. 규칙적인 운동: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의 운동량은 일주일에 최소 150~300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150분의 격렬한 유산소이다.
5. 금연: 담배에 포함된 각종 유해물질은 면역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6. 예방접종: 감염병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국가예방접종과 더불어, 연령별로 필요한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국가예방접종에는 B형 간염, 결핵, 수두, 폐렴구균 등이 있으며 기타 예방 접종에는 대상포진, 장티푸스,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있다.
7. 손 씻기: 손 씻기 역시 중요하다. 손을 잘 씻으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를 비롯해 감기, 독감, 식중독 등 각종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손은 비누나 손세정제를 이용해 30초 이상, 꼼꼼하게 닦아줘야 한다. 손을 씻지 않은 상태에서는 코나 눈, 입 등을 만지는 것을 삼가야 한다.
3. 혈압 낮추는 팁 9
고혈압 관리해야 뇌졸중, 심장마비 등 위험 낮춰
고혈압이 있는 경우 뇌졸중, 심장마비, 심부전, 신장(콩팥) 질환, 시력 문제, 치매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이와 관련해 미국 건강·의료 매체 '웹엠디(WebMD)'가 고혈압을 관리하는 주요 팁을 소개했다.
짠 음식을 피하라=소금 함유량이 적거나 소금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식품을 선택하라. 요리할 때 사용하는 소금의 양을 제한하라. 고혈압이 없는 건강한 사람도 하루에 소금 1티스푼(나트륨 2300㎎) 이상을 먹어서는 안 된다. 고혈압인 사람들은 더 적게 섭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하루에 1500㎎ 이상을 섭취해서는 안 된다. 의사에게 어떤 음식이 괜찮은지 물어보라. 음식이나 메뉴 항목의 내용물 표기를 읽고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확인하라.
술을 제한하라=술을 많이 마시면 혈압 수치가 올라간다. 고혈압이면 술을 끊는 게 원칙. 하지만 부득이 술을 마시게 될 때는 남성은 하루에 두 잔, 여성은 하루에 한 잔만 마셔야 한다.
움직여라=하루에 30분 동안 심장을 뛰게 하는 유산소 운동(걷기, 조깅, 또는 댄스 등)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각각 10분씩 세 번의 나눠서 할 수도 있다. 이 정도면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식사량을 줄여라=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도록 칼로리 섭취를 줄여라. 이는 혈압에 좋은 작용을 한다. 외식을 할 때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남은 음식은 포장해 달라고 하면 된다. 집에서는 식사량을 조절해 소량의 식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담배는 무조건 끊어라=모든 담배 제품은 혈관을 손상시켜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금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의사와 상의하라. 또한 금연을 돕는 지원 단체를 알아보라.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라=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서나 담배를 피우거나 과식하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대신 요가, 심호흡, 명상과 운동을 하라. 삶은 너무 바쁘게 만들 수 있는 요청에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친구와 가족에게 의지하라=가족과 친구는 당신 편이다.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지역 사회의 지원은 모든 고혈압 치료 계획이 핵심 부분이다. 가까운 사람들의 지지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목표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긍정적이고 양육적인 관계는 스트레스도 억제한다.
의사의 조언을 따르라=의사가 위에서 언급한 것들 중 여러 가지를 추천했을 가능성이 있다. 혈압을 조절하는 약을 처방했다면 권장대로 복용해야 한다. 지침이 혼란스러우면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라.
보충제가 도움이 되는지 의사에게 문의하라=보충제가 식이요법, 운동 및 기타 팁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일부는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칼슘, 칼륨, 코엔자임 Q10 및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된다. 새로운 보충제를 복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의해 다른 질병이나 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확인하라.
4. 오줌 시원찮은 중년 남성
신체활동 늘릴수록 개선 효과
남성은 보통 40세 이후 중년에 접어들면서 그동안과 다른 배뇨 관련 증상을 조금씩 겪게 된다.
소변을 방광 내에 충분히 채우지 못해 자주 소변을 보는 빈뇨, 자다가 일어나 소변을 보는 야간뇨,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이 나오는 요실금 등이 대표적이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증상을 통칭해 '하부요로증상'이라고 한다.
하부요로증상이 생기면 정상적인 배뇨가 어려워지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갈수록 증상이 악화하면서 요로결석이나 염증 등의 다양한 질환을 동반할 수 있다.
이런 하부요로증상에는 일차적으로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하지만 증상의 발생 메커니즘이 다양하다 보니 약물 치료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높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 하부요로증상의 빈도와 강도를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황서은, 윤재문, 조수환, 민경하, 김지영, 권혁태, 박진호)이 남성의학 분야 국제학술지(The World Journal of Men's Health)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신체 활동량이 많은 중년 남성일수록 하루요로증상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2015∼2019년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남성 7천296명(평균 57.8세)을 대상으로 주당 평균 신체 활동량과 하부요로증상의 유병률 및 강도와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검진 당시 중등도(중간 단계) 이상의 하부요로증상 유병률은 10명 중 4명꼴인 41.3%에 달했다.
연구 결과, 중년 남성들에게 동반한 하부 요로 증상은 신체 활동량에 비례해 빈도와 강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으로는 일주일 평균 신체 활동량이 15∼30MET-hour/wk(시속 5㎞ 속도의 걷기 기준으로 일주일에 4시간30분∼9시간의 활동에 해당)인 남성의 경우 신체 활동량이 5MET∼hours/wk(시속 5㎞ 속도의 걷기 기준으로 일주일에 1시간 30분 이내의 활동에 해당) 미만인 남성에 견줘 하부요로증상의 빈도가 약 17% 낮았다. 'MET'는 운동 시간과 유형에 따른 운동 강도를 표시하는 단위다.
특히 하부요로증상의 빈도는 신체 활동량이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해 더욱 감소하는 효과가 뚜렷했다.
하부요로증상의 정도를 나타내는 점수(IPSS) 역시 신체 활동량의 증가에 비례해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체 활동량이 높은 남성일수록 하부요로증상 중 배뇨 관련 증상, 즉 배뇨 시 힘을 주거나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하는 등의 증상뿐만 아니라 빈뇨와 절박뇨, 야간뇨 등의 소변 저장과 관련한 증상에도 비슷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신체활동이 직간접적으로 하부요로증상의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황서은 교수는 "하부요로증상은 염증, 호르몬 변화, 대사증후군, 혈관 내피 및 기능 장애 등 다양한 기전에 의해 발생한다"면서 "신체활동이 간접적으로는 대사증후군의 진행을 감소시키고, 직접적으로는 염증 호전과 혈관 내피 기능의 향상, 호르몬 변화 유발 등을 통해 하부요로증상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중년 이후 신체활동을 늘리고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하부요로증상의 예방과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는 "하부요로증상과 관련성이 있다고 알려진 대사증후군 등의 다양한 요인들을 배제하고도, 신체활동이 독립적으로 하부요로증상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하부요로증상은 방치하면 갈수록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 요인인 만큼, 평소 꾸준한 걷기 등의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5. 지방세포 크기 작으면 미래 체중 증가 가능성 크다.
스웨덴 연구팀 "지방세포 크기가 수보다 체중에 더 큰 영향"
체내 지방세포 크기가 큰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중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지방세포가 작은 사람은 체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비만연구협회(EASO)는 11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페테르 아르너 교수팀이 지방세포 크기(FCV) 및 숫자(FCN)와 장기적 체중 변화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너 교수팀은 이 연구 결과를 12~15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유럽비만학회(ECO)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지방세포의 크기와 수가 체지방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두 요소가 각각 장기적인 체중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평균 연령 44세, 평균 체질량지수(BMI :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 32 이상인 260명을 대상으로 지방세포 크기와 수를 측정한 다음 평균 15년간 체중(BW)과 BMI, 총지방량(TBF)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 기간에 비만 수술을 받았거나 항비만 약물을 복용한 96명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분석 결과 처음 측정한 지방세포 크기와 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중과 BMI, 총지방량 모두의 변화와 유의미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가 큰 지방세포가 많은 것은 체중·BMI·총지방량 감소와 관련이 있었고, 작은 지방세포가 많은 것은 체중·BMI·총지방량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이는 비만 여부와 관계 없이 마찬가지였다.
지방세포의 크기와 수가 체중·BMI·총지방량에 미치는 영향은 누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두 요소를 통해 체중·BMI·총지방량 변화의 32~35%를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결론적으로 지방세포 크기가 수보다 장기적인 체중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애 초기에 지방세포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나중에 체중을 관리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르너 교수는 "에너지 소비량이 섭취량을 넘어서면 몸에서는 지방 연소가 시작된다"며 "이 연구 결과는 크기가 큰 지방세포의 연소가 작은 지방세포 연소보다 체중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지방세포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큰 가치가 있을 수 있다"며 "지방세포가 큰 사람이 체중 감량이 더 쉽다면, 지방세포가 작은 사람에게 추가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 고도비만, 나쁜 음식부터 끊자
과거와 달리 한국에서도 이제 고도비만인의 비중이 부쩍 늘었다. 의학적인 고도비만은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인데, 조금 더 감이 오는 수치로 적자면, 키 168㎝에 100㎏을 넘기면 고도비만 범주에 속한다.
한동안 국내외에선 고도비만을 TV 다이어트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써먹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 예능 출연자들은 방송이 끝난 후에는 무관심 속에 묻히거나 요요현상으로 이전보다 더 살이 찌는 악순환에 빠지곤 했다.
다이어트 예능은 ‘화끈한 감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그러니 소화하기 힘든 무리한 운동부터 닭가슴살에 브로콜리, 평소 듣도 보도 못한 음식과 식재료, 때로는 협찬 상품들이 점령한 식단까지, 현실의 고도비만인에겐 남 이야기였다. 이런 식단은 보디빌더나 체급경기 선수처럼 몸을 90% 완성한 사람들이 경기 직전 단기간에 약간의 체중을 더는 방법이지, 비만한 일반인이 장기간 체중 감량에 쓸 수단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극단적인 무언가를 해야 살이 빠진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이다. 결국엔 자포자기하거나 ‘언젠간 한 방에 빼야지!’라며 거창한 계획만 짤 뿐 시작도 못하게 된다.
사실 고도비만인의 감량에는 어려운 식단이나 운동법이 필요 없다. 대부분의 고도비만은 집밥을 너무 많이 먹거나 운동을 안 한 결과가 아니다. 고도비만까지 간 원인은 대개 주전부리와 오직 맛을 위해 무분별하게 고열량으로 세팅된 외식이다. 운동은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었다면 어차피 웬만한 운동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사실 고도비만인은 몸이 큰 만큼 쓰는 에너지도 많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과 비교하면 같은 식사를 해도 훨씬 살이 잘 빠진다. 거창한 계획 없이도 정말 문제가 되는 한두 가지만 빼도 살은 빠진다. 물론 그 정도로 정상 체중까지 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고도비만은 벗어날 수 있다. 더 빼서 몸짱이 되는 건 그때 생각하면 된다.
고도비만인들에게 권하는 식단 구성은 간단하다. 좋은 음식 찾지 말고 나쁜 음식을 빼는 것이 우선이다. 제일 잘못된 방식이 ‘살 뺀다고 집밥 줄여 먹고, 출출하다고 군것질하는’ 패턴이다. 그러느니 밥을 배부르게 먹고 군것질을 안 하는 게 낫다. 반찬은 동네 백반집에서 나올 만한 반찬이면 문제 될 것 없다. 달걀프라이든, 어묵이든, 찌개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먹어도 된다. 괜히 삼겹살, 곱창 같은 것만 구워 먹지 않으면 된다.
그럼 운동은 어떡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운동보다는 평상시 활동량을 늘리고 많이 걷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제일 낫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다치기도 훨씬 쉽다. 특히 고도비만 중에서도 심각한 초고도비만이라면 개별 운동 처방이 아닌 한 어설픈 운동 프로그램은 외려 부상으로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많은 에너지를 쓴다. 고도비만인이 걸으며 쓰는 에너지는 체중 적은 사람의 빠른 걷기나 달리기에 버금간다. 몇시간 걸어서 단기간에 수십㎏ 빼겠다는 욕심은 접고 하루 30~40분 걷기와 간단한 맨몸체조부터 시작한다. 본격적인 운동은 고도비만을 벗어나고 부상 위험이 줄면 그때 해도 된다.
엄격한 식단 관리 없이 일상의 움직임을 늘리는 것만으로 살을 뺄 수 있다는 건 고도비만 상태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정작 살이 빠지면 그때는 에너지 소비가 줄어 이런 방법으로는 더 빼기 어렵다. 대신 그때는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또 다른 무기가 기다리고 있으니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7.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제가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결론부터 말하면 틀린 말이다. 물은 열량 자체가 0cal 인지라, 순수하게 물을 마셔서 살이 찌는 일은 없다. 아 물론, 물을 '많이' 마신다면 당장은 마신 물의 양만큼 체중이 늘어날 수는 있겠다. 빈 병보다는 물을 채운 병이 무거운 것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살이 찐다'라는 것은 단순히 물을 마셔서 일시적으로 체중이 늘어난 개념은 아니다. 당장 늘어난 '체중'은 용변으로 배출되면 다시 줄어들기 마련이다. 체내에서 힘을 내주는 열량(칼로리)의 여분이 지방으로 바뀌는데, 이것이 늘어나는 것을 '살이 찐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물은 아니지만, 조금만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은 분명 존재한다. 체내에 약간의 열량이 들어오기만 해도 금세 지방으로 잘 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통상 섭취된 음식물은 당분으로 바뀌어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데, 남는 것들이 지방으로 바뀌며 저장된다.
몇 년 전이었던가, 장 내에서 '살이 잘 찌게 하는' 기능을 가진 '뚱보균'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퍼미큐티스(firmicutes)라는 이름의 이 균은 체내에 흡수된 당분발효를 촉진시켜 지방을 생성하는데, 이런 기능으로 인해 뚱보균이라 불린다.
문제는 이 균이 왜 많아지느냐는 것인데, 원리는 간단하다. 과도한 양의 음식물을 섭취하면, 이를 분해하기 위한 균이 늘어날 것이고,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보면 적당한 당분이 들어가도 다량의 분해균(뚱보균)이 빠르게 지방을 만들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방이 잘 끼는 몸, 살이 잘 찌는 몸이 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일은 체내에 열량이 남아돌만큼의 섭취습관을 줄이는 것이다. 많이 먹는만큼 지방으로 바뀌는 건 당연한데, 문제는 이것이 반복되다보면 남는 당분을 지방으로 바꾸려는 균들이 늘어나게 된다. 1년에 한번 호텔뷔페에 가면 '뽕을 뽑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매번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 몸의 상태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을 정도의 독자들이면 최소 10년 이상의 삶을 살아왔을 것이 분명하기에, '과거와의 대화'도 중요할 것이다.
특히나 열량을 사용하고 저장하는 장(腸)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다. 유기산, 마이크로바이옴, 음식물알러지 등의 검사를 통해 장 상태를 파악하고 유해균 상황, 손상된 환경 등에 대한 처방도 필요하다.
물만 마셔도 살은 안 찐다. 다만,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다. 클리닉 환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봄날과 함께 다이어트를 결심한 모든 분들께도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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