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파리올림픽 ] 사격 양지인, 권총 25m 금메달
한국 선수단 8번째
한국 사격,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성적 '타이기록'
양지인(21·한국체대)이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명중했다.
양지인은 3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8번째 금메달이다.
또한 한국 사격은 여자 공기권총 금메달 오예진(IBK기업은행)과 여자 공기소총 금메달 반효진(대구체고), 여자 공기권총 은메달 김예지(임실군청), 공기소총 혼성 은메달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에 이어 이번 대회 5번째 메달(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을 수확해 역대 올림픽 사격 최고 타이기록을 세웠다.
한국 사격이 올림픽에서 메달 5개를 얻은 건 역대 최고 성적을 낸 2012 런던 대회(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이후 12년 만이다.
25m 권총은 올림픽에서 여자 선수만 치르는 종목으로, 본선은 완사와 급사 경기를 치른 뒤 점수를 합산해 상위 8명만 결선에 오른다.
양지인은 전날 열린 본선에서 완사와 급사 합계 586점으로 6위에 올라 결선행 티켓을 얻었다.
함께 출전한 김예지는 급사에서 한 발을 시간 내에 쏘지 못해 0점 처리되면서 합계 575점으로 탈락했다.
25m 권총 결선은 오로지 급사로만 치러진다.
10.2점 이상을 쏴야만 1점이 올라가고, 10.2점 미만일 경우 표적을 놓친 것으로 보고 0점 처리된다.
8명의 선수는 일제히 한 시리즈에 5발씩 총 3시리즈 15발을 사격하고, 이후 한 시리즈마다 최하위가 탈락한다.
양지인은 첫 번째 시리즈에서 세 발을 맞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리즈 모두 10발을 모두 명중해 선두로 나섰다.
4번째 시리즈는 첫발을 3초 이내에 쏘지 못해 놓쳤으나 이후 4발은 모두 표적에 명중했다.
5시리즈에서 두 발을 놓친 양지인은 베로니카 마요르(헝가리)에게 1점 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이어 6시리즈에서는 4발에 적중했고, 마요르가 2발 적중에 그쳐 두 선수의 격차는 3점으로 벌어졌다.
대신 마누 바커(인도)가 2점 차로 간격을 유지하고 따라붙었다.
7시리즈를 마쳤을 때 양지인은 27점, 바커와 카밀 예드제예스키(프랑스)는 각각 26점으로 접전을 벌였다.
그리고 마지막 두 번의 시리즈를 남겼을 때 양지인이 30점, 예드제예스키가 29점, 마요르가 28점으로 메달을 확보했다.
동메달을 가리기 위한 9시리즈에서 양지인은 2발을 놓쳤고, 예드제예스키가 4발을 맞혀 둘은 33점으로 금메달을 결정하기 위한 최종 시리즈에 돌입했다.
마요르는 31점으로 동메달을 확정했다.
10시리즈에서 두 선수는 일제히 4발을 맞혀 37점 동점으로 금메달을 가리기 위한 슛오프에 들어갔다.
슛오프에서 양지인은 침착하게 4발을 맞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고, 예드제예스키는 1발에 그쳐 은메달을 가져갔다.
[ 양지인, '무심 사격'으로 금메달 '탕탕' ]
중학교 1학년 때 수행평가로 시작한 사격
좌우명이 '어떻게든 되겠지'
현재 25m 권총 세계랭킹 2위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 '명중'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사격 25m 권총 국가대표 선수들은 '쿨'하기로는 세계 최고다.
지난 5월 바쿠 세계사격월드컵 우승 당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도 무심한 표정을 보인 영상이 화제가 된 김예지(31·임실군청)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쿨한 사격 선수'가 됐다.
사실 '무심 사격'으로는 김예지와 비교해도 서럽지 않은 선수가 양지인(21·한국체대)이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개인전 결선 당시 양지인은 기계 오류로 격발 결과가 모니터에 뜨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확인하느라 경기가 지연됐고, 멘털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당시를 떠올리며 양지인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래 뭐,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쐈다"고 말했다.
표정만 쿨한 게 아니라, 경기 중에 생긴 돌발 변수까지 무심하게 넘긴 것이다.
덕분에 양지인은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었고, 이제 올림픽 무대에서까지 시상대에 섰다.
양지인은 스스로 성격 장단점을 '대충 사는 것'으로 꼽고, 좌우명을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적을 정도다.
운동선수에게 지난 경기에 관한 복기는 꼭 필요하지만, 잘 안 풀린 경기를 복기하다 보면 자책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지난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평정심을 찾는 게 중요하다. '멘털 스포츠' 사격에서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양지인이 처음 사격을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다.
남원하늘중학교 재학 시절 수행평가로 사격을 경험했는데, 의외로 잘 맞아서 중학교 코치의 권유로 선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2018년에는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공기권총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일찌감치 천재성을 보였다.
순조롭게 기량을 키우던 양지인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국체대에서 교생실습을 나온 선배로부터 '더 큰 선수가 되려면 서울로 가서 화약총을 접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고향 남원을 떠나 서울체고로 진학했다.
권총은 10m 종목까지 공기 권총을 사용하고, 25m는 화약총을 쏜다.
쏠 때마다 '탕탕'하는 소리가 주는 쾌감을 느낀 양지인은 고등학교에서 25m 권총으로 주 종목을 바꿨고, 이는 최고의 선택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친 시기에 고교 생활을 한 양지인은 2021년에는 온라인 대회로 치러진 동아시아 유스 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유지했다.
선수는 대회에 출전해야 기량이 성장하는데, 사격 종목 특성상 온라인으로 대회를 치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처럼 성장을 거듭하던 양지인은 2022년 한국체대에 입학했고, 2023년에는 성인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돼 2023년에 치러진 건 양지인에게 행운이었다.
2022년 치른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는 뽑히지 못했지만, 2023년 국가대표 선수에게도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주면서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이다.
김예지가 25m 권총 결선 42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울 당시 종전 기록 보유자는 바로 양지인이었다.
양지인은 올해 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5월 사격 월드컵에서 두 차례 결선 41점으로 세계 신기록과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25m 권총 세계 랭킹도 양지인이 2위, 김예지는 4위다.
결국 양지인은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쿨한 사수'가 누구인지 증명하고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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