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르? 에페? 플뢰레?
역사를 알면 더 재미있는 펜싱
사브르가 뭘까? 펜싱 세부종목인 사브르, 에페, 플뢰레는 또 어떻게 다른 것일까.
펜싱은 어떤 칼을 쓰는지, 어느 부위까지 공격할 수 있는지 기준삼아 사브르, 에페, 플뢰레로 구분한다.
에페는 전신, 사브르는 상체, 플뢰레는 몸통만 공격할 수 있다. 세부종목에 따라 쓰는 칼도 차이가 난다. 플뢰레는 길이 110㎝에 무게 500g, 에페는 길이 110㎝에 무게 770g에 사브르는 길이 105㎝에 무게 500g이다.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건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공격을 하면서 서로 자기가 점수를 땄다고 주장하면 사브르, 경기가 느리고 스텝을 밟으며 계속 상대방을 견제하는 게 에페다. 서로 견제하다가 일단 맞붙으면 서로 정신없이 공방이 벌어지는 게 플뢰레다.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는 걸까. 사브르, 에페, 플뢰레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역사를 알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사브르
사브르(Sabre)는 기마병들이 칼을 들고 벌이는 전투에서 시작된 종목이다. 기마병끼리 서로 찌르고 자르거나 베던 방식을 이어받아 허리 위 모든 부분을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하다. 기병용 도검인 ‘세이버’에서 유래한 칼은 기병 전투에 맞게 약간 굽어 있는 유연한 형태이고, 상대방의 베기 공격으로부터 칼자루를 잡은 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칼자루에서 칼코등이를 덮개 모양으로 덮어놨다.
오상욱, 구본길 등이 출전하는 사브르는 기마병들의 싸움에서 유래됐다. 머리와 양팔을 포함한 상체 전부가 공격 범위에 속한다. 과거 기마병 싸움에서 사람을 죽여도 말은 살려뒀는데, 이를 계승해 허리 위 모든 부분을 찌르거나 베면 점수를 얻는다. 사브르에 사용되는 칼날의 길이는 88㎝로 세 종목 중 가장 짧고 무게는 최대 500g을 넘지 않아야 한다. 칼 손잡이 위에 달린 손 보호막이 손잡이 끝과 연결돼 있다.
사브르는 펜싱 종목 중 가장 공격이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는 종목이다. 에페와 플뢰레와 달리 베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피스트에 선 두 선수들 간의 수 싸움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종목에 견줘 공격적인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들이 많아 경기 또한 빠르게 진행된다.
▲에페
에페는 프랑스어로 ‘실전용 검’을 뜻한다. 귀족들이 벌이던 결투 방식 가운데 신체 어느 부위든 먼저 피를 흘리게 하면 이기는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를 찔러서 점수를 낼 수 있고 사용하는 칼도 상대방을 먼저 찌르기 위해 길어졌다. 경기 방식 역시 서로 견제하다가 틈을 노리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플뢰레
플뢰레는 에페를 수련하기 위한 훈련종목에서 시작됐다. 공격부위는 몸통만 가능하고 찌르기만 가능하다. 칼 역시 부상을 막기 위해 가볍고 잘 휘도록 했고 칼끝도 뭉툭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이 1976 몬트리올 올림픽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였다.
펜싱은 찌르기나 베기에 성공할 때마다 1점을 얻고, 두 발이 최종 경계선(경기장 밖)을 넘어가게 되면 1점을 잃는다. 플뢰레와 에페 개인전은 3분씩 3라운드로 진행되며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 득점이 높거나, 라운드 진행 상황과는 별개로 한쪽이 15점을 얻으면 승리한다.
사브르 개인전은 2라운드로 진행되고 한쪽이 8점을 득점하면 자동으로 다음 라운드로 넘어간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양쪽 점수가 동일하면 연장전 추가 시간 1분 동안 1점을 먼저 따낸 선수가 승리한다. 단체전은 3명의 선수가 3분씩 번갈아가며 9라운드를 거치고 먼저 45점을 얻은 팀이 승리한다.
세 종목 중 에페만이 유일하게 동시타가 허용된다. 즉, 두 선수가 25분의 1초 이내에 서로 동시에 찔렀을 때는 모두 득점으로 인정한다. 플뢰레와 사브르에서는 ‘공격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심판의 시작 선언 뒤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에게 공격권이 주어지고 해당 선수의 공격만이 득점으로 인정된다. 공격권을 받지 못한 선수는 방어에 성공한 뒤 공격해야 득점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두 선수 모두 동시에 공격해도 점수는 공격권을 가진 선수가 얻게 된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펜싱 선수는 총 14명(사브르 8명·에페 5명·플뢰레 1명)이다. 2020 도쿄올림픽(18명)에 견줘 소폭 줄어든 규모다. 도쿄에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대 교체를 이룬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에서 서 2016 리우올림픽부터 이어진 3연패를 완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 대회 단체전 은메달을 이번에는 금빛으로 바꿔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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