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파리 올림픽 ] 남자 사브르 오상욱 금메달
한국 최고 성적은 김정환의 동메달
'금메달' 한국 사브르 새 역사
아시안게임 우승 후 10개월 만에 올림픽 제패, '그랜드슬램' 달성
대한민국 첫 금메달 나온 펜싱 경기장 그랑팔레 '축제 분위기'
금메달은 오상욱, 관중석에 이재용, 시상은 이기흥
'한국의 날'
5월의 부진' 완벽히 극복…한국 남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의 새 역사를 쓴 남자 사브르 간판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은 지난 5월에는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오상욱은 당시 서울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국제그랑프리대회에 나섰다.
우리나라 선수 중 남자 사브르 국제펜싱연맹 랭킹이 가장 높은 데다 안방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인 만큼 오상욱(4위)의 성적에 관심이 쏠렸다.
게다가 오상욱은 앞서 두 차례 열린 이 대회 개인전에서 모두 시상대 맨 위에 섰다.
2019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못하다가 4년 만에 재개된 지난해에도 정상을 지켰다.
이같은 이력 덕에 우승할 거라 기대를 모았으나 오상욱의 최종 무대는 8강이었다. 필리프 돌레지비치(미국·당시 랭킹 78위)에게 12-15로 져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탈락 후 취재진 앞에 나타난 오상욱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연습할 때 잘되지 않았다"며 "운동할 때 조금 소홀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펜싱 위주로 훈련했다면 성과가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돌아봤다.
올해 들어 손목을 다쳐 한동안 자리를 비운 오상욱은 부상 부위를 자주 만지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직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아예 개인전 16강에서 떨어졌다.
연이은 실패가 자극제가 됐다. 올림픽이 다가오는 가운데 삐걱대는 듯했던 오상욱은 절치부심해 이 시기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개인·단체전 모두 우승하며 한국 펜싱의 '에이스'가 돌아왔음을 다시 알렸다.
원우영 대표팀 코치 주도 아래 우직하게 실시한 고된 체력 훈련이 끝나고 기술 등을 가다듬으면서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몸 상태와 경기력이 올라온 것이다.
슬럼프를 딛고 나선 오상욱의 올림픽 개인전 여정은 27일(현지시간) 파리의 역사적 건축물인 그랑 팔레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자 찾아온 부진의 시기를 극복하고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의 영광을 거머쥔 것이다.
오상욱에게 이는 국가대표 경력 10년 차에 거둔 뜻깊은 성과다.
2014년 12월 '한국 사브르 최초의 고교생 국가대표'로 등장한 오상욱은 국제대회 데뷔전인 2015년 2월 이탈리아 파도바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9년에 전성기를 맞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2019년 두 차례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까지 휩쓸며 존재감을 떨쳤다.
기세가 워낙 매서워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인전 메달리스트가 될 걸로 기대도 받았다. 하지만 이때 오상욱은 8강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쉬움으로 남은 첫 번째 올림픽을 뒤로한 오상욱은 이후 세계 강호들과 경쟁에서 선봉장 역할을 맡으면서 한국 펜싱의 최전선을 지탱해왔다.
오상욱과 함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2연패를 이룬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 멤버들이 대표팀에서 속속 사라진 터라 존재감이 더 커졌다. 김정환과 김준호는 최근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오상욱과 투톱을 이룬 1989년생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아직 현역으로 활약 중이지만 그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승에서 선배 구본길을 누르고 진정한 '원톱'임을 다시 입증한 오상욱은 생애 가장 중요한 무대인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에 뜻깊은 경가를 안겼다.
남자 사브르는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의 간판 종목이지만 이번 대회 전까지는 개인전 '결승 진출자'가 없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와 도쿄 올림픽에서 김정환이 딴 동메달이 이전까지 개인전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오상욱의 맹활약으로 이제 새 역사가 쓰였다.
오상욱이 남긴 이정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보유한 오상욱은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한국은 31일 예정된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오상욱에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의기투합해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 오상욱 금메달 소감 ]
"엄청 기쁘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단체전까지 금메달 따고 편히 쉬겠다"
"몰랐는데, 끝나고 (우리나라의 이번 대회) 첫 메달이라고 이야기해주더라"
"이번 메달이 내게 아주 큰 영광을 줬다"
"(8강전에서) 그 선수가 올라올 거라고 정말로 생각하지 못했다"
"안 좋은 생각도 들었는데 (원우영) 코치 선생님께서 뒤에서 많이 잡아주셨다. '널 이길 사람이 없다', '네가 할 것만 하면 널 이길 사람이 없다'고 많이 해주셨다"
"정말 온몸에 땀이 엄청나게 났다. '여기서 잡히겠어'라는 안 좋은 생각이 많이 났지만, 선생님께서 할 수 있다고 계속 말씀해주셨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그렇게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실라지가 떨어질 때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올림픽만 되면 정말 '신들리는' 선수였는데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단체전은 함께 뭔가를 이겨내고,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메워주는 그런 맛이 있는데 개인전은 홀로서기"
"함께 한솥밥을 먹으면서 내가 컸는데, 형들이 나갈 때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
"멤버가 바뀌면서 정말 많이 박살 나기도 했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친형이 펜싱 클럽을 운영하려 하는데, 도와주면서 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다. 지도자 쪽도 많이 생각해보고 있다"
[ 준결승 ]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간판선수'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2024 파리 올림픽' 개인전 결승전에 진출했다.
오상욱은 28일 오전 3시15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치른 루이지 사멜레(이탈리아)와의 4강전에서 15-5로 승리했다.
한국 펜싱 역사상 남자 사브르 개인전 최고 성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김정환이 따낸 동메달이다. 오상욱은 이날 승리로 최소 은메달을 확보하며 새 역사를 썼다.
세계 랭킹 1위인 상태에서 참가했던 3년 전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8강 탈락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냈다.
오상욱은 시작과 동시에 내리 3점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치는 듯했다.
그러나 바로 3점을 따라가면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4-4가 된 이후에는 내리 4점을 따내면서 금세 8-4까지 차이를 벌렸다.
오상욱의 정확한 찌르기는 2피리어드에서도 계속 됐다.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5점을 획득하며 13-4를 만들었다.
그리고 특유의 긴 팔을 활용한 공격을 연속해서 성공하며 15-5의 완승을 거뒀다.
오상욱은 이날 오전 4시55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세계 랭킹 14위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상대로 금빛 찌르기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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