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6천여명 앞에서 태극마크와 작별
은퇴경기 13득점 승리
도쿄 올림픽 "해보자! 후회 없이" 재연하기도
FIVB 회장 축사에 유재석,이광수 등 직관
김연경(36·흥국생명)이 선수 생활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연경은 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연경 국가대표 은퇴 경기'에서 13득점을 기록하며 '팀 대한민국'의 70-60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은퇴를 선언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년이 지나서야 은퇴 경기를 열었다.
물론 공식 국가대표 경기는 아니었지만, 김연경의 왼쪽 가슴 위에는 엄연히 태극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오는 9일 열리는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 유니폼에는 국적 구별을 위한 태극마크가 등 뒤에만 있다고 한다.
이날 경기는 김연경이 이끄는 '팀 대한민국'이 절친 양효진(현대건설)의 '팀 코리아'와 맞붙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3세트에 걸쳐 누적 70점을 획득하는 팀이 최종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벤트 경기이기에 전반적으로 웃음이 흐르는 가벼운 분위기였지만,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은 때때로 승부사 기질이 발동하는 듯 진지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김연경은 몸을 사리지 않고 디그에 나서거나 강타와 연타를 섞어가며 진지하게 공격했다. 2세트 서브 에이스를 성공한 뒤엔 양팔을 번쩍 들어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팀 대한민국은 완숙한 기량을 앞세워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팀 대한민국에는 김연경을 비롯해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한송이(은퇴), 황연주(현대건설)가 중심을 잡았다.
반면 팀 코리아는 주장 양효진이 손가락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진 데다 김희진(IBK기업은행)도 몸 상태가 100%가 아닌 듯 대부분 벤치를 지켰다.
11-5에서 강스파이크 득점을 올린 김연경은 12-6에선 시간차 공격으로 상대 코트에 공을 꽂아 넣었다.
보다 못한 양효진은 15-21에서 팔다리 보호대도 없이 후위 수비로 들어가기도 했다. 미들 블로커로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팀 대한민국은 25-16으로 앞선 채 1세트를 마쳤다.
2세트는 팀 코리아가 분발하면서 한 점 차 접전으로 펼쳐졌다.
김연경은 43-43으로 맞선 작전 타임에서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박수치며 말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의 명언을 '셀프 오마주'한 것이다.
김연경은 당시 4강 신화를 쓸 당시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간절하게 외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경기 재개 후 강한 직선 공격으로 팀에 리드를 안긴 김연경은 45-43에서 코트에서 빠져나와 휴식을 취했다.
팀 대한민국은 2세트를 50-46으로 마쳐 김연경의 파이팅에 부응했다.
팀 대한민국은 3세트 조금씩 리드를 벌려가며 9점 차로 60점 고지를 밟았다.
김연경은 63-57에서 상대 리시브 실수로 넘어온 공을 때려 다이렉트 킬에 성공했고, 64-59에서도 대각 스파이크를 터뜨렸다.
서브권을 잡은 김연경은 5연속 득점을 이끈 가운데 67-59에선 강력한 백 어택을 자랑했다. 팀 대한민국은 블로킹 득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김연경은 2005년 성인 국가대표로 데뷔해 2012 런던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두 번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 김연경 국가대표 은퇴 소감 발표 ]
"많은 분과 함께 국가대표 은퇴식을 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자리를 빛낼 수 있게 해준 선배님들에게도 감사하다"
"여자배구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팬들과 선배님들 덕분. 울컥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얘기를 하려고 하니 조금씩 (감정이) 올라온다"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태극마크를 꿈꿨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FIVB 회장 축사에 유재석 & 이광수 직관
'배구여제' 김연경 위상 ]
역시 배구여제였다. 김연경(36)의 국가대표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수많은 팬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여기에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의 축사에 이어 유명 개그맨 유재석과 배우 이광수의 방문까지. 김연경의 위상을 볼 수 있는 하루였다.
그라사 FIVB 회장은 김연경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직접 축사 영상을 보냈다. 그는 영상에서 "김연경의 열렬한 팬이다. 그녀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훌륭한 롤모델이다.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김연경을 극찬했다.
그라사 회장은 이어 "김연경이 한국 국가대표에서 은퇴해 슬프다. 그녀가 코트에서 보여준 에너지와 헌신, 힘과 재능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김연경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로 남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후 시작된 이벤트 경기. 김연경은 시합 내내 미소를 보이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메라에 재미난 모습이 포착됐다. 바로 김연경을 열렬히 응원하는 개그맨 유재석과 배우 이광수였다.
두 사람은 김연경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합을 맞췄다. 유재석은 특히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김연경을 향해 이광수와 비슷하다는 말을 하기도 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세 사람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도 함께 진행했었다.
FIVB 회장의 감동적인 축하 메시지에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맨과 배우의 방문까지. 김연경의 업적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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