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KBO

2024 프리미어12 결산 : 슈퍼라운드 진출 실패 & B조 3위

토털 컨설턴트 2024. 11. 1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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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도 못 버틴 선발진. 조별리그서 짐 싼 한국

김도영·박성한·박영현·김서현, 국제 경쟁력 입증

1년 4개월 남은 WBC와 2028 LA 올림픽. 희망은 있다.


①5회도 못 버틴 선발진…조별리그서 짐 싼 한국

선발 투수 4명 줄줄이 조기 강판…'ERA 2점대' 일본·대만과 대조

한국야구 영광, 2015 프리미어12 우승이 마지막…이후 8년 '암흑기'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선발 투수를 키워야 한다. 일본은 (누가 나오든) 삼진 잡을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게 굉장히 부럽다."

류중일(61)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일본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3-6으로 패하고 남긴 말이다.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삼고 프리미어12에 출격한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18일 호주전을 치르기도 전에 탈락이 확정됐다.

B조 슈퍼라운드 티켓은 일본과 대만이 확보했다. 한국 야구는 대회마다 '아시아 삼국지'를 펼치는 일본과 대만에 각각 3-6으로 져 쓸쓸하게 짐을 쌌다.

류 감독의 말처럼,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에서 고전한 가장 큰 이유는 선발 투수진의 부진이다.

가장 중요한 대만과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한 고영표(kt wiz)는 2회에 홈런 두 방을 맞고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쿠바전 곽빈(두산 베어스·4이닝 무실점), 일본전 최승용(두산·1⅔이닝 2실점), 도미니카공화국전 임찬규(LG 트윈스·3이닝 3실점) 모두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아무리 문동주(한화 이글스), 손주영(LG),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등 이번 대회에 나오려고 했던 선발 투수 3명이 부상으로 빠졌다고 해도, 나름대로 KBO리그를 대표한다는 투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줄줄이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갔다는 사실은 한국 야구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낸다.

KBO리그가 올해 사상 최초로 관중 1천만명을 돌파했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했다는 씁쓸한 현실을 확인했다.

마운드가 흔들린 한국과 달리 일본과 대만은 탄탄한 투수진을 앞세워 슈퍼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원래 좋은 투수가 즐비한 일본이야 그렇다고 쳐도, 대만마저 한국보다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다는 점은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대만은 17일 현재 이번 대회에서 팀 평균자책점(ERA) 2.25를 찍어 오히려 일본(2.75)보다 더 잘 던졌다.

한국 투수진의 팀 평균자책점은 5.56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마따나 마운드의 힘이 뛰어난 팀이 순리대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셈이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류현진(한화 이글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SSG 랜더스) 등 이제껏 한국 야구를 이끌어 왔던 베테랑 선수를 배제하고 젊은 선수들로 올해 프리미어12 대표팀 마운드를 꾸렸다.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겨냥한 중장기 대책이다.

물론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마무리 박영현(kt)과 강속구 불펜 김서현(한화 이글스), 멀티 이닝도 문제 없이 소화한 유영찬(LG)을 발굴하는 소득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다음 WBC가 열리는 2026년 3월까지 짧은 기간에 마운드를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엄중한 숙제를 받았다.

그래야 과거 세계 최고 팀을 국제 대회에서 연거푸 꺾었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한국 야구는 제1회 WBC가 열린 2006년부터 제1회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한 2015년까지 9년간 영광의 세월을 보냈다.

2006년 WBC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잡고 4강 신화를 창조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은 9전 전승 금메달이라는 불멸의 위업을 달성했다.

2009년 WBC에서는 일본과 연장 대결 끝에 아쉽게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2013년 WBC에서는 1라운드 통과에 실패했지만, 성적 자체는 2승 1패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초대 대회인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는 일본에 0-3으로 끌려가다가 9회 4점을 내 역전승하는 '도쿄 대첩'을 연출했다.

9년 전 프리미어12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 한국 야구 마지막 영광이었다.

국제대회 호성적을 자양분 삼아 KBO리그는 매년 성장을 거듭해 올해 1천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이후 8년간 한국 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뒷걸음만 쳤다.

안방에서 열린 2017년 WBC에서는 이스라엘에 덜미를 잡히는 등 고전을 거듭한 끝에 1승 2패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2019년 프리미어12에서는 일본과 벌어진 격차를 확인한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7-8 패)부터 이번까지 일본에 9번 내리 졌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8회 대거 5실점 하는 '요코하마 참사'를 남기고 노메달에 그쳤다.

급기야 2023 WBC에서는 유리한 조 편성에도 첫판에서 호주에 패한 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는 '첫판 징크스' 탓에 한국 야구는 이제 1라운드, 조별리그도 통과하기 버거운 지경에 몰렸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린 이번 대회에 '참사' 꼬리표를 붙일 수는 없지만, 한국 야구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냉엄한 현실을 재확인했다.



[그래픽] 한국 야구 역대 국제대회 성적



②김도영·박성한·박영현·김서현, 국제 경쟁력 입증

김도영, 홈런 3방에 타율 0.412·10타점 이름값

유격수 박성한은 공수 맹활약

'포스트 오승환' 박영현, 마무리 합격점

김서현도 시속 155㎞ 광속구 펑펑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고, 대만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일정을 마감한다.

프리미어12 3회 연속 4강 진출의 꿈은 물거품이 됐지만, 대만에서 얻은 소득도 있다.

2024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고 타자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은 프리미어12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타자'로 부상했다.

박성한(26·SSG 랜더스)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면서 한국 대표팀은 유격수 고민을 완전히 해결했다.

박영현(21·kt wiz)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처럼 무시무시한 직구를 던지며 '국제 무대에서도 통하는 투수'로 인정받았다.

김서현(20·한화 이글스)의 국제 경쟁력도 확인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WBSC, MLB닷컴, 대만 언론은 입을 모아 김도영을 '프리미어12를 빛낼 스타'로 꼽았다.

김도영은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타율 0.347, 38홈런, 40도루, 109타점, 143득점으로 활약했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 기록을 작성했고, 득점과 장타율(0.647)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어12에서도 김도영은 공을 멀리 보내고 그라운드를 빠르게 달렸다.

14일 쿠바와 경기에서는 올해 일본프로야구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1.88)를 차지한 리반 모이넬로를 두들겨 만루 홈런을 작렬했다.

18일 호주와의 B조 마지막 경기에서도 결승타와 쐐기 투런포를 날렸다.

김도영은 이번 대회에서 17타수 7안타(타율 0.412), 3홈런, 10타점, 1도루를 올렸다.

안타 7개 중 장타가 5개(홈런 3개, 2루타 2개)였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503으로 한국 대표팀 중 가장 높다.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 30개를 범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수비에서 안정을 찾았던 김도영은 프리미어12에서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강한 타구를 여러 차례 잡아내며 약점마저 지워냈다.

한국 야구는 젊은 유격수 박성한의 성장도 반겼다.

박성한은 대만전에는 결장했지만, 쿠바(4타수 2안타), 일본(4타수 2안타)을 상대로 멀티 히트를 쳤고, 도미니카공화국(3타수 1안타)과의 경기에서도 역전 결승 3루타를 작렬했다.

이번 대회 박성한의 성적은 14타수 5안타(타율 0.357), 2타점, 4득점, OPS 0.938이다.

대회를 앞두고 박성한은 "국제대회에서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욕심을 내야 한다"며 "우선 내게 오는 공은 모두 잡고, 타석에서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리미어12에서 박성한은 공수 모두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했다.

투수 중에서는 박영현이 가장 돋보였다.

박영현은 14일 쿠바전에서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막았고,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는 1⅔이닝 2피안타 무실점 1탈삼진으로 구원승을 올렸다.

호주전에서는 5-2로 앞선 9회에 등판해 3타자를 모조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가 2천500rpm(분당 회전수)의 회전력까지 갖추자 힘 있는 타자들의 배트도 밀렸다.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박영현 투입 시기'가 논쟁거리가 될 만큼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 박영현은 '대표팀 마무리 또는 핵심 불펜' 자리를 확실하게 꿰찼다.

김서현의 호투도 반가웠다.

2023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서현은 기복 탓에 아직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지만,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시속 155㎞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져 4경기 4이닝 3피안타 무실점 4탈삼진으로 잘 던졌다.

국제대회에서 '구위형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대표팀 소집 훈련 때만 해도 최종 승선을 확신하지 못했던 김서현은 구위로 자체 경쟁을 뚫었고 국제대회에서 재능을 맘껏 뽐냈다.


③1년 4개월 남은 WBC와 2028 LA 올림픽…희망은 있다.

2∼4년 뒤 전성기 기다리는 기대주들, 공수 완벽한 세대교체가 급선무

KBO, 사령탑 선임·전력강화위 구성 속도낼 듯

한국 야구는 2020년 이후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고전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6개 팀 중 4위에 머물며 '노메달' 수모를 겪었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했던 호주에 발목을 잡히는 등 졸전 끝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다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대표팀은 일본은 물론, 대만에도 패해 4강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대표팀은 올해 프리미어12 조별리그에서 격돌하는 일본, 대만, 쿠바, 호주, 도미니카공화국의 기량이 만만치 않아 우승이 아닌, 최소 조 2위를 차지해 4강에 오르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13일 까다로운 상대인 대만에 첫판을 내주면서 코너에 몰린 끝에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기도 전에 탈락의 쓴맛을 봤다.

국제대회에서 야구대표팀의 계속된 부진이 인기를 누리는 KBO리그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대회가 줄줄이 이어진다는 사실은 다행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1년 4개월 뒤인 2026년 3월엔 WBC가 열리고, 2028년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야구엔 2026년, 2028년에 전성기 실력을 뽐낼 만한 기대주들이 있다.

우선, WBC와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2024 프리미어12에서 부상과 수술로 출전하지 못했던 KBO리그 간판선수들이 모두 나설 수 있다.

먼저 투수진을 보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의 주역 문동주(20·한화 이글스), 국내 최고의 좌완 영건 이의리(22·KIA 타이거즈)는 국제대회에서 통할만한 구위를 지녔다.

여기에 오랜 기간 부상에 시름 했던 구창모(27·NC 다이노스), 팔꿈치 수술 여파 문제로 이번 프리미어12에선 불펜으로만 나섰던 소형준(23·kt wiz)도 선발로 돌아온다.

해외파의 대명사인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거 장현석(20)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장현석은 올 시즌 초반 루키리그에서 부진했지만, 하위 싱글A로 승격한 뒤 5경기에서 12⅓이닝 동안 19개의 삼진을 잡으며 평균자책점 2.19로 활약했다.

장현석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고교생으로는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의 우승과 함께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그는 KBO리그 팀과 계약하지 않고 계약금 90만달러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데뷔를 노린다.

야수에선 2024 프리미어12에서 만루 홈런을 치는 등 남다른 해결 능력을 보여줬던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선봉에 선다.

확실한 4번 타자감인 노시환(한화)과 공수주 삼박자를 겸비한 리그 대표 외야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도 부상을 털어내고 다음 대표팀에는 꼭 승선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하성(자유계약선수) 등 빅리거들도 WBC에 출전할 수 있다.

MLB 사무국은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올림픽에 메이저리거 출전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 하고 있다. 만약 빅리거들의 출전이 가능해진다면 이정후, 김하성은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2023 WBC에서 MLB 내야수 토미 현수 에드먼(현 다저스)을 선발했던 것처럼 한국계 혼혈 선수가 합류할 수도 있다.

선발 투수 자원으론 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데인 더닝, SSG 랜더스와 계약한 미치 화이트가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 수도 있다.

다만, 최고의 선수를 끌어모으더라도 잘 꿰어야 보배이듯 변방으로 추락한 한국 야구를 다시 일으키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을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2026 WBC와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도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면, 한국 야구는 세계와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로 축소될 수 있다.

톱니바퀴처럼 한 치의 오차 없이 맞물리는 불펜 계투로 한국 야구가 세계 중심부로 도약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한 선발 투수 육성 문제를 리그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마운드 운용을 잘 아는 지도자를 선임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몸 상태와 대표팀 합류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최고의 선수단을 구성하려면 KBO 사무국이 사령탑 선임과 전력강화위원회 구성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표팀 사령탑 류중일 감독은 2022년 2월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고 올해 2월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재선임됐다. 임기는 프리미어12 대회까지다.

목표로 내세운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APBC, 아시안게임을 거치며 대표팀 세대교체를 주도한 류중일 감독 체제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새로운 감독이 한국 야구 부활의 지휘봉을 잡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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